쌀값폭락 호도하는 농식품부

정부, 농민집회 이후 쌀정책 집중 홍보
“쌀값 떨어지더라도 농가 소득 보장” 사실과 달라
직불금 산정 수확기 쌀값, 농민 판매가격 아닌 RPC 판매가격 적용 ‘문제’

  • 입력 2015.11.22 20:20
  • 수정 2015.11.22 21:0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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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  14일 서울에서 개최된 ‘민중총궐기’에 전국에서 3만여 농민이 참여해 밥쌀수입 반대와 쌀값보장을 촉구한 이후 정부가 쌀정책 집중홍보로 대응하고 있다. ‘쌀값이 떨어지더라도 쌀농가 소득은 보장된다’며 2005년 이후 목표가격의 97% 이상을 농민들이 보전 받아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현실과 다른 쌀값 기준이 적용돼 실제 소득에 못 미친다는 비판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쌀값 폭락으로 흉흉한 농심을 호도하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는 민중총궐기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수확기 쌀값 안정과 소득지지 노력, 정부의 약속’이라는 홍보물을 쏟아내고 있다. 농민들의 대규모 상경투쟁 구호에 대한 진화에 나선 것. 쌀값 안정에 대한 정부의 핵심 내용은 ▲수확기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 ▲쌀농가 소득 보장 ▲밥쌀 수입의 불가피성 등으로 나뉜다.

▲ 지난 14일 서울 농민대회 이후 농림축산식품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쌀값안정 정책’ 홍보에 집중했다. 하지만 쌀농가 소득보장 부분을 뒷받침하는 쌀직불제에 있어 농가 수매가가 아닌 RPC 판매가를 기준으로 적용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페이스북에 게재된 농림축산식품부 쌀정책홍보물.

 

우선 밥쌀 수입 문제는 ‘관세화 선언’에 따라 ‘의무’가 사라진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이는 이동필 장관이 지난해 관세화 선언 시 내세웠던 ‘성과’이기도 하다. 아울러 513% 관세율 관철을 위해 당분간 밥쌀을 수입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 또한 통상전문가들이 국제법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지적하는 부분이다. 국내 쌀이 넘친다면서 의무도 없는 밥쌀을 수입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 쌀 생산이 증가하면 밥쌀 수입 물량의 10분의 1까지 줄이며 탄력적인 가격안정에 나서는 것과 비교해 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쌀값이 폭락해도 쌀소득보전직불제로 농가 소득이 충분히 보장된다는 정부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라는 것이 농민들의 한목소리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동규 선임연구위원이 ‘농업인이 쌀값에 초연한 이유’라는 글을 일간지에 실었다. 정부의 쌀값보장 논리와 맥을 같이하는 박 선임연구위원의 글 요지는 쌀직불제로 목표가격과 시장가격 차이의 85%는 재정으로 지원해주는 안전장치가 있으며 올해 쌀값이 지난해 비해 7% 하락한 80kg당 15만5,000원에 불과해도 ‘생산비 11만원’ 보다 높다는 것이다. 쌀만큼은 가격보장이 되니 “쌀 가격이 떨어져도 동요하지 않은 농업인이 많은 이유”라고 덧붙이고 있다. 농식품부 또한 2014년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을 통해 목표가격 18만8,000원의 98.3%까지 보장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하지만 정부와 박 선임연구위원의 주장에는 ‘수확기 쌀값’을 농민들의 판매가격(수매가격)이 아닌 RPC의 평균판매가를 적용하는 심각한 오류가 숨어있다. 실제 농가소득을 얘기하는데 농민 수취가격이 아닌 RPC의 추가비용으로 부풀려진 쌀값이 적용되다보니 계산된 농가소득 또한 거품이 낄 수밖에 없다.

쌀직불금 계산식에 따라 적용해 보면 이렇다. 쌀값이 떨어지면 목표가격 18만8,000원에서 수확기 쌀값을 뺀 차액의 85%에서 고정직불금(ha당 100만원)을 뺀 나머지 차액이 변동직불금으로 지급된다. 앞서 지적한 대로 ‘수확기 쌀값’은 농민들이 받는 수매가격이 아니라 전국 RPC 쌀 판매가의 평균가격이 적용된다. 그런데 RPC 쌀 판매가는 ‘수매가격+수매비용+도정료+포장비+저장비+금융비용+기타비용+이윤’ 등이 추가된 값이다. RPC 쌀 판매가격을 조사한 10월 산지평균 쌀값은 15만8,136원이다.

이에 비해 농민들의 수매가는 조곡 40kg 기준 4만5,000원을 넘지 않는다. 이를 80kg 쌀로 환산하면 12만5,000원 정도다. 10월 산지평균 쌀값만 비교해 봐도 ‘3만3,136원’의 차이가 난다.

이 두 가지의 직불금을 각각 계산하면 ▲RPC 10월 평균가격 대입 시 : 15만8,136원+1만5,873원(고정직불금)+9,511원(변동직불금) = 18만3,520원(목표가격의 97.6%) ▲농민 수매가(벼 40kg당 4만5,000원) 대입 시 : 12만5,000원+1만5,873원(고정직불금)+3만7,677원(변동직불금) = 17만8,550원(목표가격의 94.9%)이다. 즉 80kg 쌀 한 가마 수취가격에 정부의 계산과 농민의 계산에는 5,000원 정도의 격차가 벌어진다.

특히 정부는 RPC 평균가로 적용해 변동직불금 액수를 대폭 줄이면서도 높은 쌀값을 보장하는 것 같은 ‘착시현상’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한편 농민들은 실제 수매가를 적용한 것보다 정부방식을 적용해 변동직불금에서만 80kg 쌀 한 가마에 3만3,431원을 덜 받고 있다. 이를 1ha로 따져보면 210만6,153원으로 농민 손해가 확대 된다.

결국 정부가 집중 홍보한 ‘목표가격의 97%를 보장 받는다’는 쌀값관련 주장은 명백한 거짓인 셈이다. 곽길성 진도농민회장은 “쌀값 개념과 벼값 개념의 혼동을 정부가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라며 “통계조작으로 국민들한테는 쌀값 안정이라는 거짓 주장을, 농민들에게는 소득감소를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곽 회장은 이어 “RPC의 쌀 판매가격은 농민 수매가와는 관계없는 것으로 정부의 쌀값에 대한 기만적 행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서울 한복판에서 쌀값보장을 외쳤던 농민들의 절박한 심경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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