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생각하면 논 없애면 안 되죠”

한살림 성남용인, 생산자와 손 잡고 논 지키기 운동 전개
유기농 논 매각위기 놓이자 소비자조합원 출자로 매입 계획

  • 입력 2015.11.15 19:43
  • 수정 2015.11.15 20:4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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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쌀 재배면적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논 지키기 운동에 나서 화제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4일 소비자 반발을 거론하며 쌀 생산 및 농지 감축 요구를 받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와 반대인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한살림성남용인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사장 조완석)은 지난달 17일부터 ‘한살림 논 지키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살림에 16년 동안 쌀을 공급해온 강원도 홍천군의 유기농 논이 매각될 상황에 놓이자 조합원들에게 출자금을 모집해 직접 매입하려는 활동이다. 출자금 목표는 총 8,000만원이며 1구좌당 20만원으로 400구좌를 모집한다. 출자기간은 오는 30일까지이며 매입한 논은 한살림 생산자 조합원들이 설립한 뫼내뜰영농조합이 관리할 예정이다.

이번에 매입할 유기농 논은 800평(약 2,545㎡) 규모로 뫼내뜰영농조합이 있는 홍천군 남면 명동리에 자리하고 있다. 명동리는 1993년부터 친환경농업을 시작한 지역으로 인근의 논들도 대부분 유기농 논이다.

박봉호 뫼내뜰영농조합 대표이사는 “논을 내놓은 조합원의 나이가 77세다. 생산자 조합원들의 절반 가량이 7~80대라 4~5년 전부터 소비자들과 함께 농지를 지킬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곳에 논을 팔면 관행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유기농 논은 갑자기 만들 수 없는데 계속 이렇게 줄어들면 유기농 쌀을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시기가 올 것이다”고 우려했다.

▲ 박봉호 뫼내뜰영농조합 대표이사(사진 왼쪽)가 매각될 위기에 놓인 논을 둘러보고 있다.

실제 뫼내뜰영농조합 조합원들의 논 농사규모는 1998년 설립당시 201㏊에서 170㏊까지 줄어들었다. 보다못한 조합이 직접 논을 임차받아 유기농 농사를 짓는 농사규모만 4,600평에 달한다.

박 대표이사는 “들녘별경영체 사업같은 정부정책이 계속되면 논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조합원들 대다수가 평균 농지면적이 3,000평이 채 안되는 소농들인데 이렇게가면 기업화된 농민만 살아남고 소농들은 살아남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조합원들이 농사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소비자들과 쌓은 굳건한 신뢰관계였다. 최동선 조합 총무부장은 “한살림은 소비자가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지고 생산자는 소비자의 안전한 밥상을 책임지는 걸 활동이념으로 삼고 있다. 앞으로도 소비자들과 함께 유기농 농지가 관행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지키도록 지속적으로 활동할 구상이다”면서 “연 700여명의 소비자들이 우리 조합을 방문한다. 소비자들과 꾸준히 교류한 게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한살림성남용인 수지매장에선 소비자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논 지키기 운동 참여를 유도하는 캠페인이 진행됐다. 박민정 한살림성남용인 논살림위원장은 “조합원들과 함께 논을 살려보려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쉽지는 않다”면서도 “농지 살리기 차원을 넘어 다음 세대에 생명의 쌀을 넘겨주고 식량주권을 지키는 일이기에 놓치고 갈 수 없다”고 의지를 보였다. 박 위원장은 “정부는 수입쌀을 팔려고 농지 감축을 얘기하는데 농지를 줄이다 흉년이 들면 어떻게하나. 미래를 생각하면 그래선 안될 것 같다”고 농식품부의 농지 감축 움직임에 일침을 놓기도 했다.

▲ 지난 10일 한살림 성남용인 수지매장에서 논 지키기 운동을 알리는 캠페인이 열렸다. 박민정 논살림위원장(왼쪽 2번째)이 ‘한살림 쌀 8kg은 논 6평을 지켜요’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조합원에게 논 지키기 운동 동참을 권하고 있다.

이 날 흔쾌히 출자금 모집에 참여한 이재경 조합원(51)은 “몇년 전 아들과 함께 홍천에 가서 오리농법을 견학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선 한살림의 책임생산 책임소비 방법이 더 안전하다는 믿음이 간다”며 “생산자들의 생활이 안정되면 유기농을 계속 유지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논 지키기 운동에 참여한 출자자들은 3년에 걸쳐 쌀(매년 20㎏)로 상환을 받는다. 한정순 한살림성남용인 활동가는 “조합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이어나가게 해달라고 열심히 호소하고 있다”면서 “청소년쉼터 등에 상환받을 쌀을 기부하는 방법도 있는데 호응이 좋다”고 전했다.

한살림연합도 더 체계적인 농지보전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연내 농지보전운동을 목적으로 한 법인(가칭 농업회사법인 농지살림주식회사) 설립이 목표다. 한살림은 법인 설립을 통해 내년부터 은퇴농의 친환경 농지임대 및 위탁경작과 귀농지원을 수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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