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날 무색한 농협 수입 농산물 취급

지역농협 하나로마트, 중국산 채소까지 판매
농협중앙회 공판장, 수입 과일 즐비 … “취급실적 지속 증가”

  • 입력 2015.11.15 19:34
  • 수정 2015.11.15 19:3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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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농업인의 날을 맞은 주간에도 농협의 수입 농산물 취급은 고쳐지지 않았다. 농협은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20회 농업인의 날 행사추진위원회 상임대표를 맡는 등 농업인의 날 기념행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줄기차게 지적됐던 수입 농산물 취급이란 폐단을 고치지 않아 농업계 최대 기념일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 지난 10일 밤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장에 필리핀산 바나나가 쌓여있다. 이날 경매장엔 바나나 외에도 뉴질랜드산 아보카도와 키위, 미국산 석류와 오렌지, 포도 등 수입과일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지역농협 하나로마트 매장에선 예전부터 문제가 됐던 수입산 과일에 이어 중국산 채소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9일 강원도 홍천군 남면농협 하나로마트 매장엔 중국산 고사리와 도라지 가격판이 내걸려 있었다. 물론 필리핀산 바나나, 미국산 석류, 칠레산 레몬도 빠지지 않았다. 같은날, 홍천읍에 있는 홍천농협 파머스마켓에선 바나나·레몬·아보카도·오렌지·키위·파인애플 등 각종 수입 과일과 함께 중국산 마늘쫑도 확인됐다.

농협은 수입 농산물 판매가 문제될 때마다 철저한 지도감독을 약속했다. 그러나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달 7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3년간 수입 농산물을 취급한 지역농협을 한 번도 제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이사가 나서 “자금 지원 불이익을 주는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근절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농협공판장의 수입 농산물 취급도 문제다. 10일 밤 서울 가락시장 농협공판장엔 다음날 오전 경매를 기다리는 수입 과일들이 쌓여 있었다. 공판장에 걸린 ‘농협의 존재의의는 농산물을 판매하는 힘이다’란 구호가 적힌 현수막만 농협의 본래 목적을 떠올리게 할 뿐이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적잖은 의원들이 농협공판장의 수입 농산물 취급을 따졌다.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5년간 전국 81개 농협공판장에서 취급한 수입 농산물 규모가 9,784억원(53만3,000톤)에 달한다”며 “농협공판장의 수입 농산물 취급실적이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라고 분석했다.

농협은 도매시장법인의 농산물 수탁 및 판매 거부를 금지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38조 때문에 수입 농산물 취급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 농산물도매분사 공판지원부 관계자는 “농협공판장 전체 취급물량에서 수입 농산물 비중은 2012년 5.8%에서 2014년 5%로 감소했다. 장려금 지급에 차등을 두는 등 최대한 수입 농산물은 자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면서 “중도매인이 농산물을 분산할 때 소비지 마트가 수입 농산물을 요구하는 때가 있어 취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정훈 새정치연합 의원은 “경남·경북지역 공판장 중에서 80%가 수입 농산물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농협중앙회가 의지를 갖고 바닥시세인 국내 과일 가격을 생각해서라도 취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협이 우리 농민에게 필요한 경제사업은 힘쓰지 않고 농촌에서 우위를 점한 하나로마트 사업으로 이윤을 내려하기에 수입 농산물을 팔고 있다”며 “농협이 우리지역 농산물을 제값에 팔겠다는 근본정신을 잃고 농민과 더 멀어져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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