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 중병 든 한국사회 바꾸는 계기”

[인터뷰]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 입력 2015.11.06 14:07
  • 수정 2015.11.08 21:02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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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민주노총 등을 중심으로 지난 9월 22일 발족한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오는 14일 10만명이 참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를 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박근혜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독주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국민적인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면서 불통정권의 면모가 절정에 달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열리는 민중총궐기는 향후 정국을 가늠하는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민중총궐기를 주도적으로 준비해온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으로부터 민중총궐기 대회의 의미를 확인했다.

- 민중총궐기를 준비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면?

농업에 국한해서 보면 수십년간 이어진 개방농업정책으로 농민이 몰락 과정에 처했다. 일례를 보면 20년 전 쌀값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다른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농민들이 성난 이유다. 풀이 죽으면 동물도 죽듯이 농민이 죽으면 대한민국도, 국민도 존재할 수 없다. 농산물 하나의 값을 보장하라는 차원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농업정책을 바꾸자는 것이다.
농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문제는 내 새끼의 문제다. 농사가 어려우니 내자식은 잘 가르쳐서 어렵지 않게 살아가길 바라는 게 농민의 심정이다.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도 안 되고, 취직을 해도 비정규직의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결혼하기도 어렵고 결혼해도 자식을 낳기 어려운 사회가 됐다. 이것은 또한 도시서민의 문제다. 일부를 제외한 모든 국민이 신음하고 있다. 한국사회가 중병이 든 것이다. 이를 치료해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민중총궐기 대회를 준비하게 됐다.

- 민중총궐기 대회가 갖는 의미는.

박 정권이 막무가내로 가고 있다. 야당은 벌벌 떨고 언론은 깡패권력에 동조하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강대국에 가선 장군을 업어주거나 비석에 떨어진 새똥을 닦아주고, 엎드려 절을 한다. 밖에선 굴종적으로 나약하게 굴면서 국내에선 노동자, 농민을 군홧발로 짓밟고 있다. 한국사회가 걸린 중병을 고칠 사람이 없으니 결국 국민들 스스로가 나서 고치려고 하는 것이다. 누가 만든 게 아니다. 자연스럽게 끓어오른 분노가 표출되는 상황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정국의 화두로 부상했다. 반대 여론이 민중총궐기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데.

역사의 문제를 하나의 시각으로 정립한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일제강점기에 농민이 피땀으로 지은 쌀을 수탈, 착취했는데 교학사 교과서엔 쌀 수출이라고 나와 있다. 일본의 입장 아닌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실성한 사람의 짓이다.
침략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시킨 아베 일본 총리가 방한했지만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게다가 미국과 일본이 다시 한반도를 침략할 수 있도록 군대를 주둔시켜도 되는 상황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보면 무섭기까지 한데 한국 대통령은 자기 역사를 부정하면서 왜곡시키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과 일본에 편승해 남과 북 이간질 행위에 동조하고 적대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역사의식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국민이 함께 나서 막아내야 한다.

- 10월 초부터 전국 순회중이다. 어떤가.

아직도 못간 데가 많다. 무엇보다 농민회 간부들과 현장의 농민과 함께 어려운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 격려하고 힘받고 있다. 경남 진주엔 현수막에 ‘먹고 살려고 하우스 한 동 지었더니 일만 늘고 빚만 늘고 이게 사람 사는 꼴이가’라는 구호가 붙었는데 농업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도 ‘14일엔 장가도 가지말자, 김장도 하지 말자’는 농민들 심정이 담긴 재밌는 구호도 많다. 지역의 체육대회와 장날에 서명을 받으면 줄이 길게 늘어선다. 현장의 농민들이 이번에 올라가면 끈질기게 싸우자고 솥단지를 들고 간다는 분도 있고 이불을 들고 간다는 분도 있다. 수년간 겪어온 어려움이 현장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이다.

- 민중총궐기 대회가 10일 정도 남았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300명 국회의원 중에 농민얘기 하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다. 고향이 농촌이라는 사람, 농민의 자식이라는 사람은 많다. 노동자들 보면 병원에서 청소하면 병원직원이 아니고 고속도로에서 표 팔면 도로공사 직원이 아니다. 노동자 문제 얘기하는 국회의원도 없다. 권력은 약자편에 서야 정상적이다. 11월 대회가 그런 흐름에서 큰 물줄기를 바꿔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 민중총궐기 이후를 전망한다면.

국가라는 공동체가 일방적으로 가선 안 된다. 농민 문제 노동자 문제 당당하게 얘기 할 정당과 국회의원이 있어야 한다. 노동자가 2,000만명이라면 300명 국회의원 중에 120명은 노동자 문제 얘기하는 국회의원이어야 한다. 한국 정치구조는 극히 일부분인 10%만 대변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다. 내년 총선에서 민의가 정확히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대통령이 국민을 무서워하고 어려워하는 정치구조가 돼야 한다. 11월 민중총궐기를 통해 형성된 물줄기가 그런 정치구조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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