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농협쌀조공법인, 농민이 사외이사 참여해 성과 주목

저장공간 확충 등 현안 공동 논의 … “농민과 RPC 가교 역할”

  • 입력 2015.11.01 17:49
  • 수정 2015.11.01 21:26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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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역농협 통합RPC 사업에 현장농민이 사외이사로 참여하며 상생경영을 실현해 주목받고 있다. 농민의 경영참여는 사업 투명성을 높이고 농협과 농민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데 효과를 보이고 있다.

전남 영광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대표이사 강선중)에선 3년 전부터 영광군농민회(회장 정이권) 회원이 사외이사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 이 조공법인 사외이사는 3명으로 남은 두 자리는 농협중앙회 영광군지부장과 영광군 농정과장이 맡고 있다.

농민회가 조공법인 사외이사를 맡게 된 계기는 2011년 영광군농협통합RPC가 외지쌀을 반입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농협통합RPC는 고흥군, 고창군 등지에서 쌀을 들여오다 농민회 회원들에게 적발됐다. 빗발치는 농민회의 항의에 당시 조공법인 대표이사는 물러나고 농민회원이 사외이사로 참가하는 약속을 얻어냈다.

농민회가 받은 조공법인 사외이사는 강민구 농민회 협개위원장에 이어 지난달부터 노병남 농민회 부회장이 맡고 있다. 노 부회장은 “사외이사는 조공법인 운영위에 참여해 시설설비 및 입찰 사업의 설명을 들을 수 있고 벼 매입가를 결정할 때에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농협통합RPC에 영광군 농업예산이 많이 투입됐는데 이에 맞는 가격보전역할을 했는지 검증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농민들의 기대가 높아 이를 충족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면서도 “다른 지역에서도 농민들이 조공법인 사외이사로 참여할 수 있도록 영광군농민회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의욕을 보였다.

외부지역 벼 매입으로 갈등을 겪었던 농협통합RPC와 지역농민들 사이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쌀값 하락 속에 벼 수매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전남도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선 무난하게 벼 매입가가 결정되고 있다. 노 부회장은 “지난해 약 2억원 가량 흑자를 내면서도 벼 매입가는 전남지역에서 상위권이었다”라며 “대표이사 이하 RPC 직원들도 애를 쓰고 있다”고 칭찬했다.

다만 올해 벼 우선지급금은 조생벼 가격이 급락하며 1가마(40㎏)당 4만3,000원에 결정됐다. 농민회는 이달 중으로 최종 매입가 협상에 임할 예정이다.

▲ 지난달 28일 영광군농협통합RPC 마당에 올해 수매한 공공비축미를 실은 톤백이 적재돼 있다. 이 RPC는 야적물량까지 합쳐 최대 3만톤의 벼를 저장할 수 있다. 올해 영광군 전체 벼 생산량이 7만4,000톤에 달해 저장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지역농민들에겐 벼 매입가도 중요하지만 농협통합RPC가 생산물량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영광군내 민간RPC 2곳이 최종 부도가 나며 농협통합RPC가 관내 유일한 RPC로 남았기 때문이다.

농협통합RPC가 당면한 현안은 저장공간 확충이다. 농민회와 조공법인은 저장공간 확충에 뜻을 모으고 함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노 부회장은 “올해 영광군 벼 생산량이 7만4,000톤에 달하는데 농협통합RPC가 처리할 수 있는 최대물량은 2만5,000톤에서 3만톤 사이다”라며 “내년에 저장시설을 4,000톤 가량 늘린다는데 저장물량을 더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선중 조공법인 대표이사도 “시장상황이 여의치 않다. 전쟁이다”라고 하소연하며 “현재 1만7,000톤을 매입했는데 저장공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매입물량을 늘릴 수 있도록 재원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강 대표이사는 “농민회 사외이사가 농민과 RPC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니 좋다”라며 “서로 잘 모르면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농민회가 경영에 참여하며 실정을 파악하니 문제가 될 부분이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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