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경제지주 ‘갑질’이 농산물 판매사업 비리 불렀다”

검찰수사 결과 “전국적 비리 가능성 있다”
실무자들만 기소 … 추가수사 여부 관건

  • 입력 2015.11.01 17:45
  • 수정 2015.11.01 17:46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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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농협경제지주와 대도시농협의 갑질이 농산물 판매사업 비리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산지농협들은 대형유통업체뿐 아니라 구매력이 있는 농협경제지주와 대도시농협에 경제사업이 종속된 채 비리로 인한 농민조합원 피해에 눈을 감고 있었다.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지청장 최길수)은 지난달 21일 지역농협 경제사업 구매 비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지난 6월 봉화농협을 압수수색한 뒤 산지농산물 판매사업에 얽힌 비리를 추적하고 있다. 수사결과, 농협경제사업은 농협경제지주와 산지농협 사이의 갑을관계로 자금 횡령 등 비리가 관행적·전국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걸로 나타났다. 정부 차원에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사정당국이 농협을 예의주시하고 있기에 수사가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는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와 대형유통업체에 공급하는 농산물 공급물량을 전국 농협에 할당하는 배분권으로 산지농협 경제사업을 통제하고 있었다. 산지농협은 농산물을 납품하고자 하청업체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으로 농협경제지주, 대도시농협, 지역농협유통센터 담당자에게 금품 및 향응 접대를 한 걸로 드러났다.

▲ 검찰은 지난달 21일 발표한 수사결과에서 농협경제지주, 대도시농협, 지역농협유통센터 직원이 농산물을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대가로 산지농협 등 매입처로부터 금품 및 향응 접대를 받은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 제공

이같은 과정에 투입된 자금은 산지농협이 농산물 매입물량을 부풀려 과대계상한 매입대금을 지불받으면 차명계좌로 자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충당했다. 안동지청은 이같은 비리에 관여한 농협경제지주 직원 A씨를 비롯해 7명을 구속기소하고 산지농협(봉화농협 등 3곳) 담당자와 하청업체 운영자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구체적인 공소사실을 살펴보면, A씨는 2011년 7월부터 봉화농협으로부터 사과 등 농산물을 납품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차명계좌로 1억4,500만원을 교부받았다. 또, 2012년 10월부터 봉화농협 B차장과 공모해 농산물 대금 명목으로 송금한 8,700만원을 차명계좌로 돌려받아 임의로 소비한 혐의(배임수재 및 범죄수익은닉, 업무상횡령)를 받고 있다. B차장은 허위 매입대금을 매입처에 송금하고 4억9,000만원을 차명계좌로 돌려받아 임의 소비한 혐의로 산지농협 관계자 중 유일하게 구속기소됐다.

안동지청 핵심관계자는 “3개 산지농협에서 과대계상한 자금규모가 15억원 정도다. 구매권이 있는 농협중앙회와 대도시농협이 슈퍼갑의 위치에서 을인 산지농협에 농산물 공급물량을 할당하는 구조가 통제없이 돌아가는 게 (비리의)원인이다”라고 분석했다. 이 핵심관계자는 “이같은 비리가 전국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지청의 수사범위를 넘는 문제라 위에서 결정할 문제다”라며 “해외여행 중 횡령자금으로 쇼핑을 하다 적발된 직원도 있다. 하지만 비리에 연루된 실무자들이 차명계좌에서 곧장 현금을 빼 그 이상 추적 힘들었다. 아직 조사 중인 관련자들이 더 있어 추가기소는 있을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봉화농협 관계자는 “통상적인 업무여서 실무자 선에서 은폐가 될 수 있다”며 조합장 내지 상임이사의 비리 인지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사과나 포장박스 등의 재고가 모자랐는데 이 정도는 남의 물량을 빌려 잠시 메꿀 수 있다”고 평상시 재고조사 등 자체 감독이 이같은 비리를 적발하지 못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다른 봉화농협 관계자는 “대형마트 공급은 중앙회(경제지주) 오더가 없으면 팔기 어렵다”면서 “구조상 잘 보여야 한다”라고 비리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한편, 송성일 봉화군농민회장은 “실무자 단독 범행으로 믿기 어렵다”며 “이번 비리와 관련해 조합장과 상임이사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지역농민들이 납득하기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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