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박선민 기자]
올해부터 공공비축미용 대형포장재가 새로 공급됐지만 현장은 혼란스런 분위기다. 자재 가격도 오른 데다, 지난해에 사둔 포장재는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이재욱, 농관원)은 2013년 「농산물 검사 기준」 고시 개정에 따라 2015년부터 공공비축미 수매 시 규격이 변경된 공공비축미용 대형포장재(톤백)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새로 공급된 톤백은 이전의 톤백과 달리 지퍼형식이 적용됐다. 또 톤백 하부의 세로 길이를 기존보다 150㎜를 넒혀서 톤백 둘레가 기존 3,600㎜에서 3,900㎜로 넓어졌다.
농관원 관계자는 톤백을 새로 보급한 이유에 대해 “작년까지 쓰던 톤백은 폭이 좁고 높아 톤백을 쌓으면 쓰러질 위험이 있었다. 위험을 해소하고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톤백 규격을 새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시 개정 상 지난해 쓰던 톤백을 쓸 수 없게 된 점이다. 지난해 사용한 톤백과 올해 공급한 톤백은 규격이 맞지 않아 병용할 수 없도록 규정됐기 때문이다.
톤백을 미리 사놓았던 농민들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전북 정읍시의 이순봉(67)씨는 “2014년까진 톤백 규격이 매년 똑같았기 때문에 대부분 미리 사두거나 쓰고 남은 것은 내년에 쓰거나 했다”며 “지난해 사놓은 톤백은 아무 쓸모도 없는데, 미리 조사를 해서 수거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답해 했다.
농관원은 “지난 2013년 고시 개정 예고 이후 지난해부터 공공비축미 현장에서 톤백 변경 홍보를 해왔다”며 “톤백 구입 및 사용과 처리는 개인의 자유기 때문에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은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무엇보다 톤백 구입비용이 상승해 농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톤백 규격이 바뀜에 따라 가격이 지난해보다 2,000원 가량 더 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톤백이 장당 만원씩 하는데 농민들의 부담을 생각했다면 유통가를 싸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며 “농협이 독점 공급하는 바람에 가격 경쟁이 없어서 이렇게 가격을 높게 설정한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톤백을 판매하는 농협 측은 “독점이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하며 “농가, RPC 외에는 수요가 없으니까 아마 지역농협에서만 판매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가격이 오른 데 대해선 “규격이 바뀌면서 생산가가 오른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