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식 가슴에 묻는 아픔을 아는가”

전남·북 농민들 논 갈아엎고 쌀 쏟아내고 … 쌀값 폭락에 성난 민심 표출

  • 입력 2015.10.23 10:19
  • 수정 2015.10.25 21:11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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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콤바인이 있어야 할 논에 트랙터가 웬 말이냐고.” 트랙터가 굉음을 울리며 수확을 앞둔 나락을 갈아엎었다. 지난 20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과 (사)전국쌀생산자협회 광주전남본부 소속 농민들이 전남 영광군 대마면 복평리의 한 들녘에서 밥쌀수입 중단과 쌀값폭락 대책을 정부에 촉구하며 항의의 의미로 논을 갈아엎었다. 10여 분 남짓 만에 논은 쑥대밭이 됐다. 한승호 기자
▲ 지난 21일 전북도청 앞에서 ‘정부수매량 확대 및 쌀 수입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연 전농 전북도연맹 및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전북본부 소속 농민들이 톤백에 실린 나락을 전북도청 앞에 쏟아내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쌀값 폭락에 타들어간 농심이 결국 폭발했다. 농민들은 한 해 동안 자식처럼 소중히 키워온 나락과 논바닥을 참담한 심정 속에 제 손으로 갈아엎고, 쏟아내며 쌀값 폭락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을 성토했다.

광주전남 농민들은 지난 20일 전남 영광군 대마면 복평리에 모여 600평에 달하는 논을 갈아엎었다. 이어 21일엔 전북의 농민들이 전북도청 앞에서 5톤에 달하는 쌀을 쏟아내고 나락을 흩뿌리며 분노한 마음을 표출했다.

광주전남 농민들이 모인 가운데 자신이 경작해온 600평의 논을 갈아엎은 이석하 전농 광주전남연맹 사무처장은 “다 큰 자식을 보내기 위해 염을 하는 심정으로 논 주변의 잡풀을 정리했다”며 애끓는 심경을 밝혔다.

정이권 영광군농민회장은 “농민을 사람 취급도 안하는데 죽자고 싸워야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도 있듯이 실하게 여문 벼들이 머리를 깊이 숙여 올해 농사가 풍년임을 보여줬지만 이를 제 손으로 갈아엎는 농민들의 심정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숙연한 분위기에서 논을 갈아엎은 광주전남 농민들은 “피땀으로 일궈낸 풍년 농사를 갈아엎는 것은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는 아픔과 같다”라며 “오는 11월 14일 민중총궐기를 통해 농민들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다짐했다.

자신들이 경작한 쌀 5톤을 실어와 전북도청 앞에 쏟아낸 익산과 정읍, 김제, 고창, 부안의 농민들은 한 목소리로 “밥쌀용 쌀 수입만큼은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김대중 익산시농민회 사무국장은 “생산비도 보장이 안 되는데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겠냐”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황양택 정읍시농민회 사무국장은 “모내기부터 시작해 1년 내내 돌봐온 나락을 땅바닥에 쏟아내는 심정은 기쁨을 누려야 할 시기에 실의에 빠진 농민들의 마음”이라며 “쌀값이 폭락한 상황에서 올해 재고미 130만톤에 내년에 200~250만톤으로 재고미가 늘면 판매나 거래의 어려움은 더 극심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난 농심과 관련 김재욱 전농 광주전남연맹 의장은 “애써서 지은 나락이 트랙터 칼날에 짓뭉겨 지는 모습을 보니 참담한 심정”이라며 “쌀값이 4만3,000원까지 떨어졌는데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조상규 전농 전북도연맹 의장은 “전농을 중심으로 하반기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영호 전농 의장은 “쌀값이 이 지경에 이르니 쇠스랑을 들고 일어나야 된다는 것이 현장 농민들의 반응”이라며 “쌀 수입 중단과 더불어 남북 농업교류로 40만톤의 쌀을 북에 보내고 공공비축미를 100만톤으로 늘려야 쌀값 폭락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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