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벼 매입가격, 이틀새 500원 떨어져

광주시 농협통합RPC, 시세 확정가로 벼 매입
“밥쌀용 쌀 수입 반대 등 농협중앙회 차원 대책 시급”

  • 입력 2015.10.18 08:1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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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본격적인 추수기를 앞둔 광주광역시 농민들의 표정이 어둡다. 적자경영에 내몰린 광주시 농협통합RPC가 벼 수매가 인하를 넘어 시세에 맞춰 확정가로 벼를 매입하는 등 파행적인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농민들은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밥쌀용 쌀 수입 반대 등의 근본적인 문제해결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2일 지역농민들은 농협중앙회 광주지역본부(본부장 이근)를 방문해 농협중앙회와 통합RPC에 대한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이근 본부장, 문병우 서광주농협 조합장(광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 조합장) 등과 면담을 진행했다. 농민들은 농협중앙회엔 ▲지역 나락 전량 매입 발표 ▲중앙회 벼 매입 무이자자금 지원 2배이상 확대 ▲밥쌀용 쌀 수입 반대와 공공비축미 추가수매 및 격리요구 ▲대북 쌀 보내기 공동 성명서 채택 ▲자체매입벼 수분율 16% 통일(현재 14.5~15.5%)을 촉구했다. 수년간 적자경영으로 지탄을 산 광주시 농협통합RPC엔 ▲사외이사 농민회 참가 ▲확정가 매입 금지 ▲유통전문인 대표이사 선임 ▲지역농협 파견 직원 원상복귀를 주문했다.

이갑성 전농 광전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농민을 대변해야할 농협이 밥쌀용 쌀 수입에 아무 목소리가 없어 상실감이 크다”며 “광산구 공공비축미 물량이 11만포에서 6만포로 떨어지는 등 정부 비축미 물량이 낮아져 걱정이다. 농협이 농민 편에서 공공비축미 추가 수매와 시장격리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통합RPC는 올해도 7억원 적자가 예상되는데 쌀 판매는 절반도 하지 않고 나락으로 팔고 있어 문제다”라며 “엊그제 수매가가 1가마당(40㎏) 4만8,000원으로 지난해 5만2,000원에서 4,000원이나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에 이근 본부장이 “지역에서 임의로 결정할 수 없다. 중앙회와 협의하겠다”고 답하자 면담에 참석한 지역농민들은 “농민들 심정을 안다면서 아무 활동이 없는 게 몇 년째냐”며 불신하는 반응을 비췄다. 오효열 광주시농민회 회장은 “아직도 농민들은 ‘우리’ 농협이라 부른다. 눈치를 보려면 우리 식구들 눈치를 봐야 하지 않겠냐”며 전향적인 답변을 촉구했다. 농민들은 이 본부장의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을 전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이날 면담을 마쳤다.

면담 당일 찾은 광주시 농협통합RPC는 드문드문 톤백에 가득 나락을 실은 차량들이 오갔다. 그 와중에 수매가는 1가마당 4만7,500원으로 떨어져 있었다. 이 날 톤백 5개의 벼를 낸 채정복씨(75, 광주시 광산구)는 “생산비는 오르는데 쌀값은 자꾸 떨어진다. 그래도 1가마에 6만원은 받아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통합RPC는 지난해 조곡 15만가마를 가마당 평균 5만500원에 되파는 지경까지 내몰렸다. 이미 누적적자는 15억원에 달해 이 상태로는 3~4년내 자본잠식(출자금 총 35억원)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배경석 통합RPC 대표이사는 “보통 20만가마까지 수매했는데 3년전부터 수매량이 30만가마로 늘었다. 그런데 RPC 저장능력은 20만가마 정도이고 가공해 소비할 수 있는 물량이 한계에 도달해 조곡상태 그대로 팔았다”고 전했다. 배 대표이사는 “전남지역 농협들이 1가마당 4만6,000원에 수매하고 신안군이나 영암군에선 4만4,000원에 수매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며 “올해처럼 시장격리가 늦어지면 이미 가격이 주저앉아 소용없다. 일선 RPC들이 정부대책을 기다리며 나락을 갖고 있을 수가 없다”며 정부의 빠른 시장격리 결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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