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매가 인하 압력·지역간 경쟁으로 경기지역 벼값 하락

농민도 지역농협도 울상 … “가격예시제 운영 등 대책 마련해야”

  • 입력 2015.10.18 08:10
  • 수정 2015.10.18 08:12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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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경기미로 유명한 여주·이천지역의 농협 벼 수매가격이 심상찮다. 두 지역의 경쟁으로 벼 매입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가 가격 하락을 조장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주시 지역농협들은 올해 올벼 수매가를 1가마당(40㎏) 7만1,000원~7만4,000원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웃한 이천시 지역농협들은 올벼 수매가를 6만5,000원(고시히카리 기준) 수준으로 정해 쌀 판매에 비상이 걸렸다. 박수정 여주농협 경제상무는 “추석이 늦어져 올벼가 많이 나오진 않았는데 소비 부진에 가격이 높으니까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사정을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농협 경기지역본부가 각 지역농협에 벼 수매가를 낮추라고 압력을 넣어 발생했다는 게 지역농민들의 설명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과 친환경농업인경기도연합회는 지난 5일 수원시 농협 경기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 도본부 양곡팀은 부당한 벼 매입가 인하압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도본부가)정부 시책이니, 농협 재정 건전성이니 하며 지역농협에 벼값을 낮추라고 강요하고 있다”면서 “농협이야말로 쌀 생산비를 반영한 적정한 벼값을 매겨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13일 경기도 여주농협 DSC 앞에 수매작업을 기다리는 농민들의 차량 20여대가 톤백에 나락을 실은 채 줄지어 늘어서 있다.

여주와 이천지역의 추청벼 수매가는 지난해보다 3,000원 내려 6만4,000원으로 결정됐다. 다만 지역농협별 장려금은 자율에 맡겨져 실제 농민들이 받는 벼값은 지역별 차이가 있을 걸로 보인다.

지역농민들은 벼값 하락에 착잡한 심정을 보였다. 지난 13일 여주농협 벼 건조저장시설(DSC) 앞에서 만난 김광운씨(76, 여주시 강천면)는 “연료비만 1달에 200만원이 나간다. 이걸로는 못 먹고 산다”며 “땅을 더 얻어야 하는데 얻으려는 사람이 많아 임대도 더는 못 얻는다”고 하소연했다. 동네주민들과 함께 벼를 팔러 온 조황근 단현2통 이장도 “농협도 쌀 판매가 안되니 걱정이겠지만 우리도 손에 넣는 게 없다”고 탄식했다.

박경우 이천시농민회 회장은 “땅 주인들이 임차료를 쌀로 주지 말고 돈으로 달라고 한다. 농약값 등 생산비는 해마다 오르니 현재 수매가로는 생산비도 안 나온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여주지역과 가격 경쟁은 제 살 깍아먹기다”라고 말했다.

벼 수매가를 낮췄지만 지역농협들의 경영사정 역시 밝지 못하다. 지난해까지 흑자경영을 유지하던 여주농협통합RPC마저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여주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이사인 김지현 가남농협 조합장은 “통합RPC가 지난해 약 30억원을 남겼는데 올해는 18억원 이상 적자가 예상된다. 수매가 끝난 올벼에선 5~6억원 가량 적자가 나올 것 같다”며 “재고를 남길 수 없으니 적자를 보면서도 팔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 조합장은 농협 차원의 벼값 대책으로 “이천지역과 협의해 가격예시제를 운영해 경쟁을 막고 농협 각 시·군지부가 맡은 지방비금고에서 나오는 이자이윤을 지역농협에 나눠 벼값 하락을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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