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잡곡농사

10월 창간특집호

  • 입력 2015.10.11 19:38
  • 수정 2015.10.12 15:5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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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 들녘을 복원해야 한다.” 전남 진도 어느 농민의 오랜 주장이다. 대파 주산지 진도에서는 지난 14년 동안 대파를 7번 갈아엎었다. 수입 대파에 치이고 국내 생산에 치여 대파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에 수확을 앞둔 대파를 갈아엎는 일이 2년에 한번 꼴로 벌어진다.

그래서 들녘에 잡곡재배 면적을 늘리자는 것이다. 잡곡재배를 늘리면 대파 재배면적을 조절하는데 효과가 있어 결국 대파농사를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서는 잡곡 농사가 수지 맞아야하고,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잡곡 농사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그렇다. 이 시점에서 오곡 들녘 복원사업은 모든 농산물이 공급과잉을 완화하는 비책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곡물의 자급률을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다. 곡물의 자급률을 높이기보다는 곡물을 죽이기에 몰두해 있다. TRQ 운영만 봐도 과연 이 정부가 우리 잡곡산업을 육성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TRQ 즉 저율할당관세는 수출국들에게는 시장 접근 기회를 주고 한편으로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래서 제한된 물량에 한해 낮은 관세로 수입을 허용한다.

그런데 지금 잡곡류의 경우 대부분 TRQ를 증량하고 있는 실정이다. 참깨는 할당량과 비교해 무려 10배가 넘게 증량해 수입하고 있다. 이러니 TRQ가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생산기반을 무너뜨린다고 보는 것이다. 아울러 보따리상이 꾸러미로 들여오는 수입농산물도 농민들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입 잡곡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이름도 생소한 렌즈콩, 이집트콩, 퀴노아 등의 수입 잡곡들이 슈퍼푸드라 불리며 시장을 휩쓸었다. 홈쇼핑의 허위· 과대광고의 산물이다.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잡곡 재배농민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지금도 그 여파로 인해 국내산 잡곡의 수요 감소와 가격하락이 계속 되고 있다.

그런데 정책은 생산비를 낮추거나 생산기반을 만들어가는 것에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이렇다 할 잡곡을 육성하는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농정신문은 10월 창간특집호를 통해 국내 잡곡 산업을 조명한다. 국산 잡곡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진짜’ 슈퍼푸드이다. 아울러 국산 잡곡산업 육성은 수입개방으로 인해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고 희망을 잃어가는 우리 농민들에게 숨통을 틔어줄 대안으로 충분할 역할을 할 것이다.

오곡들녘이 복원되면, 안전한 먹거리 생산기반도 확보하고 농민은 물론 국민의 삶도 건강과 희망으로 충만해 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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