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잡곡이 사라진다 … 수입 잡곡 물량공세에 설자리 잃어

생산기반 취약한 국산 잡곡, 생산량·재배면적 감소
수입산보다 비싸 소비 부진

  • 입력 2015.10.10 21:12
  • 수정 2015.10.10 21:24
  • 기자명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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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곡은 영양이 풍부한 식량작물이지만 주식인 쌀에 비해 그 중요성은 떨어진다. 수입 잡곡이 범람하는 현실에서 국산 잡곡은 생산량과 재배면적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취약한 산업 기반으로 공급이 불안정한 국산 잡곡은 수입산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은 수입 잡곡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잡곡이 처한 위기를 통계로 알아본다.

사라지는 국산 잡곡

잡곡은 쌀처럼 주식은 아니지만, 주요 식량작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 잡곡 수요는 경제성장과 쌀 생산 및 소비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했지만, 최근 국민소득증대에 따라 웰빙 바람을 타고 잡곡의 영양 가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또 밭작물 활성화 방향에 따라 잡곡의 농업적 가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잡곡은 생육기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다모작 작부체계를 시행할 수 있는 지역에서는 간작, 윤작이 가능해 토지 이용률을 높일 수 있다. 산간 건조지대에서 잡곡을 재배하면 농지황폐화와 토양 유실에 대한 농경지 보전 효과가 크다. 뿐만 아니라 잡곡은 건조한 기후와 추위에 대한 내성이 강해 기후 변화 대응 미래 작물로서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잡곡은 생산량과 재배면적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들이 잡곡 재배를 꺼리고 있다는 말이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급격히 감소한 생산량은 2000년대 들어 하락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국산잡곡 ▲팥 ▲녹두 ▲메밀 ▲수수 ▲조 등의 재배면적은 1990년 총 3만6,083ha에 비해 2009년 1만1,186ha로 약 6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배면적이 가장 많이 감소한 품목은 팥으로 약 77%나 감소했고, 녹두는 70%, 조 65%, 메밀 77%가 감소했다.

 

 


잡곡 품목별로 1990년부터 2009년까지 생산량 추이를 살펴보면 재배면적 감소에 따라 생산량 또한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팥 생산량은 무려 약 75%가 감소해 가장 많이 줄었고 녹두, 조, 메밀 순으로 감소했다. 단, 수수는 29.7%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량작물을 재배하는 농가 수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농업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1만5,978농가였던 것이 2014년에 들어선 9만8,579농가로 그 수가 꾸준히 감소했다.

국내 공급량 감소에 따라 국내 잡곡의 자급률도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시 말하면 해외의존도가 심하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줄어드는 생산량에 따라 잡곡의 수요는 수입산으로 대체됐다. 주요 잡곡 자급도를 살펴보면 모두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1970년대 100%를 상회하던 잡곡 자급률은 2011년 9.7%까지 현저하게 떨어진 후, 2014년엔 13%에 머물고 있다.

국산 잡곡, 재배 환경 취약

국내 곡물 생산량은 왜 하락할까. 수입 잡곡이 물밀 듯이 들어와 국산 잡곡의 자리를 대체하는 시점에서 국산 잡곡 재배 육성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국산 잡곡 산업은 열악한 상황이다.

생산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잡곡은 다품종 소량재배 품목인데다 농민들의 연령도 고령화돼 생산구조가 영세하다. 그렇다보니 생산조직화도 탄탄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 잡곡은 주업이 아닌 부업으로 이루어지는 형태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잡곡 재배는 꾸준히 지속될 가능성이 적다.

관·배수시설 등 토양 관리 기반도 개발이 덜 이뤄진 상황이어서 재배 환경도 열악하다. 농작업의 기계화도 논농사에 비해 그 진척도가 낮아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재배 환경은 잡곡의 안정적인 공급을 방해한다. 특히 밭 재배 중심의 잡곡은 단위 면적당 수량이 적고 연차 간, 지역 간 생산량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생산성도 불안정하다.

때문에 농민들은 투입되는 노동력에 비해 소득이 낮아 잡곡 재배를 하기에 버거운 상황이다. 쌀 농가에 비해 노동시간은 2배로 투입되지만 가격은 쌀값의 70%밖에 못 미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농가 소득도 줄어들고 있다. 잡곡의 대표적인 작물인 콩은 10a당 농가 순수익이 2011년 45만3,377원에서 2012년 40만3,026원, 2013년 35만4,511원, 2014년 29만34원으로 4년간 순수익이 절반 정도에 가깝게 떨어졌다. 잡곡 수급이 매년 달라지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잡곡 재배를 기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산 잡곡 높은 가격, 식량자급률 위기


국산 잡곡의 공급불안정에서 기인한 높은 가격은 수입 잡곡과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국산 잡곡은 수입 잡곡보다 평균 3배 정도 가격이 비싸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팥은 약 6~7배, 녹두는 11배, 메밀은 3~4배 수준으로 국내산 잡곡이 수입산 잡곡에 비해 매우 높은 가격을 이루고 있다. 조의 경우, 2010년 기준 국내산이 kg당 1만2,000~2만원 수준에서 거래되는데 반해 수입산은 kg당 3,750~9,980원 수준에서 거래돼 역시 3배 정도 높다.

수입산 잡곡이 가격경쟁력을 얻다보니 소비자의 선호도 역시 국산 잡곡보다 저렴한 수입산 잡곡에 치중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문제는 소비가 줄어들게 되면 공급도 재고를 버티지 못해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란 점이다. 결국 가격 차이의 심화는 잡곡의 자급률 하락을 불러오게 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국내산 잡곡 가격이 높게 설정되더라도 농가가 이득을 보는 것은 없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잡곡산업 현황조사에 따르면 잡곡 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65%에 이른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 중 35%만 농가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는 국내 잡곡 유통 통로가 다양해 공급자에서 소비자까지 유통 비용의 비율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취약한 생산기반과 유통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국내 식량 자급 상황에 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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