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베테랑’ 1천만 돌파! 무슨 얘기인지?”

여성 농민 문화적 소외 문제 여전히 심각…전국으로 확대되는 행복바우처, 전남에선 형평성 빌미로 검토 중단

  • 입력 2015.09.25 09:58
  • 수정 2015.09.27 17:2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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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농촌에 와서 농사를 지은 지 25년이 지났습니다. 아이 키우고 농사짓고, 일만하고 사는 것이 당연한 건 줄 알았죠. 농산물 가격이 바닥을 치니 먹고사는 문제가 먼저였어요. 문화를 바라지 않는 게 아니라 그것을 향유할 생각도 못했고 접근조차 쉽지 않았던 거죠. 저녁 7시가 되면 마을에 버스가 끊기는데 무슨 수로 시내에 나가 영화를 볼 수 있겠습니까. 여성농민 대부분의 삶이 이렇지 않겠습니까.”- 남임 순천여성농민회 부회장

순천에서 농사를 지어온 남임 순천여성농민회 부회장이 지난 23일 본지에 전한 얘기는 여성농민이 처한 문화적 소외 현상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남 부회장은 “여성 농민들은 영화 ‘암살’과 ‘베테랑’이 누적관객수가 1천만을 돌파했다는데 그게 무슨 영화고 왜 그리 많은 사람이 봤다고 하는지 모른다”며 “젊은 사람들하고 사회적 이슈 같은 걸 얘기하려고 해도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더불어 공현정 충북 음성군여성농민회 부회장은 여성 농민들이 겪는 문화적 갈증에 대해 “여성 농민들이 평소엔 내 일터에서 열심히 치열하게 살지만 한번쯤 뚝 떨어져서 내 삶을 돌아보고 싶어 한다”며 “내 일터만이 마치 세계의 전부인 냥 살아가고 있지만 다른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라고 설명했다. 공 부회장은 이어 “그나마 간단하고 저렴한 문화향유 방식이 영화”라며 “음성에서 소규모 극장을 지역에서 만들어보자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여성 농민이 처한 문화적 소외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하려고 도입된 정책이 2012년 충청북도에서 시작된 여성농민 행복바우처 제도다. 충청북도에서 시작된 행복바우처 제도는 2014년엔 경기도에서 2015년엔 강원도로 확산됐다. 하지만 전라남도에선 도시빈민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검토조차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지난 2일 순천시청에선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성 농민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킨 토론회가 열렸다. 순천여성농민회가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행복바우처 제도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자 야심차게 준비한 정책포럼이다.

남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는 단순히 복지사업을 하나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우리 농업·농촌을 묵묵히 지키며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이 땅의 여성농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주는 작은 배려와 나눔, 소통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가 2014년에 발표한 여성농업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농업활동과 농촌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여성농민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 ‘과중한 노동 부담 경감’이 31.3%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복지시설 및 제도 확대(28.7%),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19.6%), 보육·교육시설 확충(11.1%), 기술·자금 지원(7.5%), 전문경영교육 강화(1.8%)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행복바우처 도입으로 일정 정도의 문화적 갈증은 해소할 수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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