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염원 담아 천지(天池)에 오르다

전농 통일연수단원, 백두산서 조국통일기원제 열어

  • 입력 2015.09.13 22:33
  • 수정 2015.09.13 22:42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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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 백두산의 날씨는 변화무쌍했다. 맑게 개인 천지를 보고 내려온 직후 짙은 구름이 몰려든 백두산을 배경으로 통일연수단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두산 정상에 섰다.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장엄하고도 시퍼렇게 맑은 천지가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천지의 북녘 땅 봉우리를 감싸 안은 듯 피어난 뭉게구름이 장관에 장관을 더했다. 천지는 말 그대로 하늘을 가득 담아 빛나고 있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백두산 통일연수단원 32명이 지난 2일 천지에 올라 ‘6.15 공동선언 이행! 통일농업 실현!’의 염원을 외쳤다. 1일부터 3박 4일 진행된 통일연수의 꽃이었다.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기리는 해였기에 천지에 내딛은 발걸음의 의미는 더욱 특별했다.

최상은 전농 조국통일위원장은 “감동과 울분이 뒤섞인 마음으로 천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며 “분단된 조국의 아픈 현실을 천지를 내려다보며 뼈저리게 되새겼다”고 말했다.

통일연수단원들은 백두산행을 위해 중국 장춘공항을 거쳐 버스로 6시간을 넘게 이동했다. 멀고 먼 길을 돌아 중국이 관리하는 ‘북파’ 코스로 천지에 오른 한계는 명백했다. 일단 천지를 지척에 두고도 내려가 볼 수 없었다. 마음을 모아 준비한 조국통일기원제는 천지가 보이는 그 어떤 곳에서도 진행할 수 없었다. 중국 측 관리인은 우리말로 쓴 현수막을 펼치기가 무섭게 제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통일농업 실현, 남북농민추수한마당 성사를 향한 농민들의 바람마저 꺾을 수는 없었다. 천지를 둘러 본 통일연수단원들은 백두산 능선에 모여 ‘한라에서 백두까지 통일농업 실현하자’, ‘남북농민추수한마당 성사로 조국통일 앞당기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조국통일기원제를 이어 나갔다. 김성용 전농 제주도연맹 의장은 “통일을 향한 농민들의 기운이 한라에서 백두까지 온 나라에 미치기를 고대한다”며 거듭 강조했다.

바라 볼 뿐 다가설 수 없는 금단의 못, 백두산 천지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고 보는 내내 마음이 시리도록 아팠다. 언젠가 북녘의 땅을 딛고 오르는 날, 그 시린 아픔 천지에 씻겨 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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