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감귤,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제주감귤의 황금기부터 위기까지

  • 입력 2015.09.04 13:29
  • 수정 2015.09.06 22:21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전빛이라 기자]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의 겨울 간식을 책임져왔던 감귤이 수입오렌지에 밀려, 넘쳐나는 생산량에 밀려, 그렇게 밀리고 밀려 어릴 적 이불 속에서 만화책 보며 까먹던 과일이라는 추억 속에 묻힐 위기다. 해마다 치솟는 농기자재값, 인건비와는 반대로 급락하는 감귤값에 감귤 농가들이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부터 본격적인 증식사업이 시작된 감귤산업. 이후 제주지역의 경제를 좌우하는 산업으로까지 성장하며 우리나라 과일 소비량 1위를 차지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그 감귤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감귤나무 두 그루면 대학을 보냈다”

1965년 우리나라에서 감귤 증식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70년대 초 감귤 시장이 급격히 팽창했다. 수익성이 좋아 너도나도 감귤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재배 면적은 1998년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1970년대 4,842ha였던 감귤 재배면적은 20여년만인 1998년 2만5,860ha까지 늘어났으니 그 번식 속도는 말 그대로 ‘초고속’이었다.

제주도에서는 감귤을 ‘생명산업’이라 불렀다. 그만큼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당시 제주도는 감귤나무를 두고 ‘대학나무’라고도 불렀다. 감귤나무 2그루만 있으면 대학 학비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 수익이 난다는 이유에서다.

1968년 당시 감귤 가격이 10kg당 2,398원이었는데, 서울대 등록금이 1만4,050원~3만350원이었으니 대학나무라는 명칭은 어찌 보면 당연한 별명이었을 것이다. 참고로 감귤 생산량은 성목 1주당 60~70kg이다.

그렇게 감귤산업은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렸다. 1980년대 들어 감귤재배 농가수는 9,000가구까지 급증했다. 이는 전년도인 1979년 대비 91%나 늘어난 수준이었다. 유례없는 변혁이었다. 300평당 소득은 1981년 44만원에서 1988년 78만원으로 77%나 상승했다.

그러나 ‘대학나무’의 위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넘쳐나는 생산량에 곤두박질치는 감귤값, 해마다 증가하는 생산비로 인해 감귤나무는 어느덧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감귤원 2분의1 간벌 등 적정생산의 노력 없이는 과잉생산 구조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드높은 감귤의 위상, 그 하락의 시작

본격적인 개방농정이 시작되면서 감귤의 과잉생산이 문제되기 시작했다. 결국 전체 감귤 생산액은 2002년도에 들어서면서부터 큰 폭으로 하락했다.

1996년 6,079억원이었던 생산액은 2002년 3,164억원까지 곤두박질 쳤다. 그리고 다시 소폭 증가한 이후 더 이상의 상승세는 없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감귤 재배면적은 폐원지원사업과 도시개발 등으로 인해 2000년 2만7,000ha에서 2010년 2만1,000ha로 연평균 2%씩 감소했다. 이후 정체상태를 유지하며 2014년 현재 재배면적은 2만1,334ha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재배면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 감소는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었다. 과거에는 노지감귤의 해거리 현상으로 인해 연간 생산량 변동이 심했으나, 품종과 작형이 다양화되고 지역별 해거리 편차 발생 등 생산 안정을 위한 정책 시행으로 인해 생산량은 안정됐기 때문이다. 2010년까지 생산량 감소는 없었다. 그리고 2011년 이후부터 68만톤 내외의 생산량을 꾸준히 유지했다.

그러나 2014년, 해마다 증가하던 감귤 조수입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3,000억원이나 줄어들고 만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2014년 감귤 조수입은 69만6,763톤, 6,707억원에 불과했다. 2010년 당시 6,685억원 이후 2013년산 9,014억원의 조수입을 달성했던 감귤의 현주소다.

노지감귤은 3,435억원으로 최근 5년 평균대비 21%나 감소하며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하우스감귤은 16%가 감소했으며, 월동감귤은 0.2%감소했다.

더 이상 생산량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 당시 잦은 비와 경기침체도 원인 가운데 하나였겠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는 FTA에 따른 시장개방 및 감귤 비상품과 유통 등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품질이 균일치 않고 생과위주의 소비, 내수·수출용의 혼합 재배, 수많은 생산·유통조직이 감귤산업 저해의 원인으로 손꼽힌다.

갑작스레 밀려드는 수입과일에 대응키엔, 아직 제주도의 감귤산업은 아무 준비가 돼 있지 않았던 셈이다.

농경연 조사결과에 의하면 감귤 1인당 연간 소비량은 2007년 16kg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인다. 2011년부터는 안정적인 생산량을 바탕으로 14kg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총 공급량 감소에 따라 올해 13.4kg에서 2024년에는 12.8kg으로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주도 특수성, ‘독’되나

지금까지 감귤은 제주에서만 생산되는 과일이었다. 생산만 하면 농가소득이 보장됐기에 감귤산업은 생산자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제주에서만 나는 과일인지라, 침체된 산업을 다시 일으키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섬이라는 지리적 위치에 따라 물류비 추가 부담 등 유통에 어려움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상·항공운송 등 물류비가 추가되면서 높은 유통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용선료, 하역비 추가부담, 생산자재는 육지부에서 반입을 하다 보니 제주도에서는 과일류의 경우 유통비용률이 50%에 달한다. 감귤 최종가격에서 농가 수취가격을 제외한 가격이 50%나 차지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하우스감귤의 경우 가온비, 3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하는 하우스비닐 등 해마다 상승하는 농기자재값까지 더해지니 감귤재배 농가들은 하루를 버티기가 힘든 상황이다.

감귤재배 농가의 경우 영농규모가 1.0ha이하의 농가가 57%에 달하며 0.5ha이하의 영세농은 25%나 차지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