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 검찰발 사정 태풍 불어닥치나

특혜 대출·일감 몰아주기·비자금 조성 등 각종 비리 의혹 쏟아져
“농민들 손에서 농협이 떠난 구조적 문제 짚어야 한다”

  • 입력 2015.08.16 15:37
  • 수정 2015.12.02 10:1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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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김희봉 기자]

검찰의 칼 끝이 농협을 겨냥하고 있다. NH농협은행과 NH개발에 이어 농협 목우촌도 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검찰발 사정 태풍이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는 국면이다. 농협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도 싸늘하다.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서 단추를 잘못 채우며 농협이 농민과 멀어진 게 이번 사태의 원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부실기업인 리솜리조트에 특혜 대출을 집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농협은행은 리솜리조트에 총 1,649억원을 대출했지만 대출 상환금은 총 대출금의 14%인 235억원에 그쳤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해 리솜리조트 대출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조사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해명자료를 내 “(리솜리조트는)지난 10년 동안 연체 없이 정상적으로 거래된 업체”라며 “기업의 계속성을 유지시켜 대출금 회수를 유도하는 게 은행과 기업이 상생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지시나 특혜와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검찰은 NH개발이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서울지검 특수1부는 지난달 30일 농협중앙회 관련 시설 사업을 여러 건 수주한 H건축사 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이어 농협 목우촌이 고깃값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터지는 등 검찰을 소식통으로 농협 비리 혐의를 지적하는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 전국농협노조와 전국축협노조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관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검찰에 촉구했다. 전국농협노조 제공

이에 농협중앙회와 검찰수사의 정점에 자리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전국농협노조와 전국축협노조는 1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신속하고 엄중한 수사를 당부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농협중앙회와 최 회장이 “지역농·축협에 농업과 농민조합원이 아닌 주식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할 것을 강요했다”며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최 회장 연루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견에 참석한 지역농·축협 노동자들은 농축산물 수입개방으로 어려운 지역농·축협 공신력을 떨어트리는 중앙회의 부패비리에 뿔이 단단히 났다고 말했다. 한 지역축협에 근무하는 조모씨는 “농협중앙회가 그동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돈 되는 사업은 모두 뺏어갔고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아사직전인 지역조합에 빨대질을 해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도 12일 농협에 관련한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농 전북도연맹은 “최 회장은 2007년 취임 뒤 조합원과 지역농협을 위한 정책보다 농협 해체를 솔선수범했다”며 “광우병 쇠고기 수입, 한-미 FTA, 한-중 FTA, TPP에선 침묵을 지키던 농협중앙회가 지역농·축협을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의 하청으로 복속시킬 때엔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대 농협중앙회장 3명이 비리 등으로 구속되는 역사를 잘 알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형대 전농 정책위원장은 “농협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부정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라며 “최근 사태를 개인 비리로 접근하기보단 농협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야 한다. 농민들 손에서 농협이 떠나며 생긴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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