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유럽 도시농업에서 배운다

  • 입력 2015.08.07 13:14
  • 수정 2015.11.22 20:55
  • 기자명 이창우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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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우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6월 22일~7월 2일 사이에 공무원, 시민단체 임직원,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시 도시농업해외연수단원 8명 중 한 명으로 런던, 파리, 베를린의 도시농업 현장을 살펴보고 왔다.

100년 이상 된 역사 속에서 발전해왔고 일본과 북미 도시농업의 뿌리이기도 한 유럽 도시농업의 현장에서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유럽 도시농업은 농산물 생산 등 산업적 측면을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하며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교육, 복지, 치유, 생물다양성, 사회적 연대 등 다원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도 뚜렷했다.특히 런던에서는 도시농장, 공동체텃밭, 얼로트먼트가 서로 다른 도시농업 형태임을 확인했다.

도시농장이 치유농업과 생태교육의 관점에서 지역사회센터 역할을 하며 동물, 식물, 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이라면, 공동체텃밭은 도시농장에서 동물 요소가 빠진 형태이고, 얼로트먼트는 지자체가 주민에게 분양해주는 경작지로 공동체 의식은 약했다.

파리는 행정구역 면적이 서울의 6분의 1 밖에 안 되어 경작지가 많지 않아 옥상이나 학교 운동장을 비롯해 건물 이용 도시농업이 중시되고 있었다. 도시농업 담당부서인 녹지환경국은 환경교육과 생물다양성, 도시녹화 측면을 중시하고 있었다.

베를린은 템펠호프 공항공원이나 프린체신가르텐에서 보듯 도시농업이 특정 토지의 용도가 변하는 과정에서 이행기 프로젝트로 자리 잡고 있었다. 프린체신가르텐을 재정 차원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노마디쉬 그륀이라는 단체는 도시농업 경작지를 환경교육 증진, 생물다양성 확보, 식량주권 확립과 토종종자 보존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하면서 환경정의 구현에 이바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클라인가르텐은 베를린 곳곳에 분포하고 있었으나 공동체 의식이 약하고 대부분이 정원가꾸기 중심이어서 농작물 생산 중심의 우리나라 도시농업과는 거리가 있었다.

유럽 도시농업 현장을 둘러본 결과, 공간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도시 토지와 건물을 활용해 생산적 측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도시농업은 방향 전환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앞으로 우리나라 도시농업은 공간적, 내용적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근교농업지대에서 생산된 로컬푸드를 도시에서 직접 판매하는 농부시장을 더욱 활성화하면 도시농업이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농작물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양봉, 양계에 화훼, 축산도 포함해 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농촌농업에도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도시농업이 발전해나가야 한다.

유럽 도시농업 현장에서 치유농업 관점에서 진행되는 비행청소년 위탁교육, 정부가 비용을 지불하여 장애인이 직접 가축을 기르고 농사짓는 일에 참여하게 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 등 사회복지서비스 중심의 도시농업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도시농업 분야 사회적경제조직들이 현재의 일자리 제공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회서비스 제공을 포함해 사업 방향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도시농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파리의 도시경작 지원본부와 같은 공간적 거점 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어린이대공원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서울 어린이대공원에는 유럽 도시농업 현장에서 흔히 보이는 카페, 식당, 판매장, 교육장, 텃밭, 동물사육장 등이 이미 있으니 이곳에 거점 역할을 하는 도시농업지원센터가 들어서면 좋겠다.

이번 유럽 도시농업 현장 방문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도시화로 공유재가 파괴되는 현상에 저항하는 운동으로서 도시농업의 존재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민영화가 가속화되고 공공공간이 상업화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 속에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도시공공공간의 민주적 관리방안이 되는 도시농업, 도시에 대한 시민의 권리 운동이 되는 도시농업이라는 새로운 관점도 필요할 것이다.

농촌이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형태의 폭력 빈발, 1인 가구 급증, 고독사 증가 등에서 보듯 도시도 죽어가고 있다. 죽어가는 도시를 되살리기 위해 생명의 농업이 필요하다. 도시와 농촌은 운명공동체이다. 우리나라 도시농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해서 도농상생에 이바지하고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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