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도 농부가 산다

도시민이 직접 농사 짓고 생산자 돼 볼 수 있는 기회
먹거리·농업 이해하는데 큰 역할

  • 입력 2015.08.07 13:05
  • 수정 2015.11.22 20:53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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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안혜연 기자]

우리나라의 도시인구 비율은 92%에 육박한다. 또 약 4,705만명에 이르는 도시인구는 전국 토지 면적의 16%에 몰려있다. 콘크리트 건물로 뒤덮인 복잡한 도시는 도시민들의 마음의 여유를 빼앗아 갔다. 급격한 개발과 성장, 경쟁에 지친 도시민들은 자연과 농촌의 삶을 갈망하기 시작했고, 수입농산물에 대한 불안감은 직접 내 손으로 가꾼 농산물을 먹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도시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도시농부’들이 등장했다.

도시농업=도시에서 농사짓는 것?

도시농업을 말 그대로 풀이하면 ‘도시의 땅을 이용해 식물이나 동물을 기르는 산업이나 직업’이 된다. 또 법률은 ‘도시지역에 있는 토지, 건축물 또는 다양한 생활공간을 활용해 농작물을 경작 또는 재배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도시농업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할 수 없다.

도시농업은 이윤 창출을 위한 영리목적보다, 여가·취미·휴식·소통 등 비영리적인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조례에는 ‘여가·체험적 성격의 농사활동’이나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여가활동’이라고 도시농업을 정의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험과 교육’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도시민은 직접 농사를 짓고 생산자가 돼봄으로써, 자연·먹거리·농업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도시농업을 ‘도시생태농업’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농업 문제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 전체의 공동 문제로 인식하게끔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도시농업의 가치 ‘무궁무진’

도시농업의 기능과 가치는 농촌과의 교류, 농업에 대한 이해, 공동체 회복, 먹거리 인식 변화, 생명존중문화 확산, 일자리 창출, 생태계 회복, 정서적 치유 등 광범위하다.

마을 공동체 텃밭은 주민들이 농산물을 공동 생산·유통·소비함으로써 해체됐던 공동체를 회복될 수 있게끔 해준다. 특히 학교 텃밭은 가치관이 정립될 시기인 학생들에게 올바른 인성과 식습관을 형성해 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또 도시농업은 소량 다품종 재배가 용이하기 때문에,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작물을 재배하기에도 좋다. 이를 위해 토종씨앗을 보전·보급하는 씨앗도서관이 안양, 제주 등에서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여기에 대기·수질정화, 소음방지, 에너지 절감 등 환경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이 바로 도시농업이다.

도시농부·텃밭 갈수록 증가

도시농업은 소수의 개별 시민·단체의 운동으로 시작됐으나, 최근 법적 장치가 마련되면서 참여자 수와 텃밭면적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농업의 시초는 1992년 서울시 서초구 원지동의 체험형 주말농장 대원텃밭이다. 이후 2005년, 전국귀농운동본부 도시농업위원회에서 진행한 도시농부학교와 상자텃밭 보급 활동은 본격적으로 도시농업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2011년에는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민간에서 시작한 도시농업운동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올해 4월에는 도시농업전국네트워크 출범식 및 도시농업의 날 선포식이 열려, 매년 4월 11일이 ‘도시농업의 날’로 지정됐다.

이처럼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재 전국에는 약 80여개의 도시농업 관련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도시농업 참여자 수도 2010년 15만3,000명에서 2014년 108만4,000명으로 급증했고, 도시농업 면적도 같은 기간 104ha에서 668ha로 늘어났다. 전국 텃밭 수는 약 7만 개소로, 대전이 2만1,847개소로 제일 많으며, 서울이 1만6,628개소로 뒤를 잇는다.

 

 

도시농업의 종류

도시농업은 주말농장, 학교텃밭, 도시농업공원, 상자텃밭, 옥상텃밭, 농부장터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주말농장 주말을 이용해 가족 단위로 채소 등을 가꾸는 도시 근교의 농업 체험장. 도시민에게 1년 단위로 경작지를 임대해 소규모로 채소를 길러보며 전원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곳이다.

◆마을텃밭 주민들이 가꾸는 친환경 도시텃밭. 많은 자치단체와 풀뿌리 단체들에 의해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텃밭이 시도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의 ‘상암두레텃밭’, 영등포의 ‘문래도시텃밭’ 등이 있다.

◆상자텃밭·주머니텃밭 2007년 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상자텃밭이 자루형태로 바뀌면서 주머니텃밭으로도 불린다. 지금은 전국 지자체에서 상자텃밭을 보급하고 있다.

◆도시농업공원 단순 휴식을 위한 공원을 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공원으로 탈바꿈 시켰다. 서울시 은평구의 농업공원 등이 있다.

◆학교텃밭 학생들의 학습과 체험을 목적으로 학교의 토지나 건축물 등을 활용한 도시농업. 가치관 형성 시기인 아이들에게 생태, 농업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농부장터 농산물 생산 활동을 수확물 판매와 경제활동까지 연결시키기 위한 도시형 농부장터. 현재 서울시에 ‘마르쉐’ 농부장터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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