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 농림업의 총생산액은 47조원 정도 된다. 비중으로 보면 쌀이 18.3%, 원예업이 31%, 축산업이 34.8%다. 2005년과 비교해 쌀의 비중은 23.5%에서 18.3%로 감소했고, 채소·과실·화훼 등 원예업은 30.3%에서 31.0%로 거의 변화가 없으며, 축산은 32.4%에서 32.8%로 소폭 증가했다. 그런데 이를 2013년 부가가치 기준으로 보면 27.5조원 규모다. GDP 대비 부가가치 비중으로 볼 때 2005년 2.9%에서 2013년 2.1%로 오히려 약 27.6% 감소했다. 요컨대 생산액 자체만 놓고 보면 우리 농림업은 2005년 36.3조원에서 2013년 46.6조원으로 28%증가해 결코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GDP 대비 부가가치 비중은 그 증가액 비중과 거의 비슷한 27.6% 감소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를 우리나라 500대 기업 그룹별 부가가치 창출액과 비교해 보면 어떨까. 아주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2013년 30대 그룹 180개 기업이 생산한 부가가치 총액은 193조원으로 GDP 대비 13.34%를 기록했고, 30대 그룹 외 245개 기업을 합하면 총 254조원로 GDP대비 17.6%를 차지한다. 그런데 500대 기업 가운데 4대 그룹 계열사 70개가 창출한 부가가치 총액은 2012년 135조원과 비교해 5조원 늘어난 약140조원으로, GDP 비중은 2012년 9.48%에서 9.71%로 증가했다. 이 중 삼성그룹 19개 계열사가 창출한 부가가치액이 68.4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GDP비중도 4.6%에서 4.73%로 커졌다.
현대차그룹 18개 계열사는 37.6조원(GDP 2.61%), 엘지(14개)와 에스케이그룹(19개)은 각각 19.4조원(1.34%), 14.9조원(1.03%)의 부가가치를 기록했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의 부가가치 창출액이 45조원으로 GDP의 3.1%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현대차(15.9조원), 삼성디스플레이(9.6조원), 기아차(8조원), 에스케이하이닉스(6.8조원) 순이었다. 2013년 우리 농업의 부가가치 창출액이 27.5조원인 데 비해 삼성전자의 그것은 45조원이고, GDP 대비 비중도 각각 2.1% 대 3.1%다. 순 부가가치 기준으로만 본다면 우리 전체 농업이 사기업인 삼성전자의 약 60% 수준에 불과하다.
FTA가 시작된 이래 아니 그 이전 WTO에 가입한 이래 우리의 통상정책은 돈 되는 쪽에 몰아주기 그 하나였다. 500대 기업이 아니라, 삼성전자 딱 한 기업의 60%수준인 농업 혹은 그 종사자 농민이 여기서 설 자리는 없다. 그런 경제통상 논리에 따르면 농업은 버려도 삼성전자는 살려야 한다는 데로 귀결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이러한 통상정책이 지금의 농업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해 왔음도 자명하다.
왜냐하면 지난 FTA 10년, 곧 2003~2013년 산업별 수출입 증감현황을 비교해 볼 때, 의외로 제조업의 효과는 내세울게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같은 기간 전자의 수출 흑자는 오히려 감소했고, 자동차 수출이 63%가량 증가했지만 수입은 224% 폭증했다. 반면 가공식품 등을 포함한 농업부문의 적자는 676%증가, FTA의 피해가 여기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코노미스트> 2015년 3월 16일). 각종 초대형 FTA가 여전히 줄을 서 있다. 지금 이 통상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농업위기는 계속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