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진영 ‘가지치기’ 도 넘어

지난해 남무현 정명회 회장에 직무정지 1개월 징계
지역농협 조합장에게 “조합장모임 가지 말라” 전화도

  • 입력 2015.07.19 18:39
  • 수정 2015.07.19 22:3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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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농협중앙회의 농협개혁진영을 향한 견제가 정도를 넘어섰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협동조합으로서 농정활동보다 농업계를 제 뜻대로만 주무르려는 횡포가 앞서는 모습은 농협개혁의 명분에 힘을 싣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충북 괴산군 불정농협에 조합장 직무정지 1개월 징계를 내렸다. 당시 직무정지 징계를 받은 남무현 전 불정농협 조합장은 대표적인 농협개혁 인사로 농협조합장 모임인 정명회 회장이기도 하다. 불정농협 조합원들 사이에선 남 전 조합장이 정명회 회장이여서 농협중앙회가 과한 징계를 내렸다는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남 전 조합장이 징계를 받은 핵심 이유는 관외 감자를 들이는 과정에서 이사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정농협 조합원인 이용희 전농 충북도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원래 직무정지 6개월을 받았는데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한 공로로 5개월을 감면받아 1개월로 확정됐다. 절차상 하자로 직무정지 6개월을 내릴 수 있냐”고 기막혀했다. 그러면서 “조합장선거를 앞둔 지난해 8월 직무정지를 집행해 선거결과에도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남 전 조합장은 지난 3월 조합장선거에서 33표차로 석패했다.

박형백 불정농협 이사는 “감자사업과 관련한 채권도 다 회수했는데 직무정지는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의를 제기하면 또 감사가 내려와 감사만 4차례 받았다. 남 전 조합장으로선 이 문제를 더 끌 수 없어 할 수 없이 직무정지를 받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둔 시기를 맞아 농협중앙회가 개혁성향의 조합장들을 견제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지난 5월엔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을 배출한 경북 경주시 안강농협에 농협중앙회가 개선 요구를 내려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안강농협 조합장선거에선 최 회장의 측근들이 연거푸 정운락 현 조합장에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경남지역의 한 조합장은 “원래 지역농협 조합장들이 돌아가며 농협중앙회 대의원을 맡았는데 내 차례가 되자 대의원을 맡지 말라는 압박이 들어와 포기했다”고 귀뜀했다. 한 초선 조합장은 “지난달 신임조합장 모임이 대전에서 열린다기에 참석하려는데 농협중앙회 지부에서 전화를 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최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는 2010년 해고당한 배삼영 전국사무연대노조 농협중앙회 지부장에 관한 현수막이 줄지어 걸렸다. 지난 2월 농협중앙회에 근무하는 배 지부장의 부인이 본인 의사와 무관한 전출지시를 받은 뒤 게시된 현수막이다. 지난 10일엔 해고 5년을 맞아 농협중앙회 본관 인근에서 비정규직 노동조합 원상회복과 배 지부장 복직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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