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강농협 조합장, 당선증 잉크 마르기도 전에 쫓겨나나

농협중앙회 개선조치에 조합원 규탄 빗발

  • 입력 2015.07.19 18:38
  • 수정 2015.07.22 15:0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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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을 배출한 안강농협(경북 경주시) 조합원들 사이에서 농협중앙회를 향한 규탄이 쏟아지고 있다.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는 지난 5월 안강농협에 정운락 현 조합장에 대한 개선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정 조합장의 직무는 같은달 8일 정지됐고 조합운영은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개선조치는 농협이 내릴 수 있는 최고 강도의 징계로 안강농협은 조합장선거를 치른 뒤 2달도 채 안 돼 조합원들이 직선으로 선출한 조합장을 잃게 됐다.

농협중앙회 조감위는 정 조합장이 경제사업장 부지를 매입하며 시세차익(3,400만원)을 남긴 과정이 규정을 무시한 채 부당한 방법으로 조합 고정자산을 취득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농협 조감위의 조치는 검경이 잠정적인 수사 결론을 내리기 전에 취한 조치로 매우 이례적이다. 대구지검 경주지청은 5월 29일에야 정 조합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으며 16일 현재까지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농협중앙회 감사는 외려 비리 행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요식행위란 비판을 따갑게 받아왔다. 2013년 충남지역 한 지역축협에서 조합장이 카드깡 등을 통해 3,800여만원의 현금을 부정하게 업무추진비로 사용한 정황이 발각됐지만 농협중앙회 징계수위는 견책과 부정사용금액 변상 수준에 그쳤다. 경북 봉화농협에선 올해 수억원 대의 사과 재고 조작 의혹이 불거져 농협중앙회가 감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감사인원을 철수하고 수사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같은 사례와 비교해 안강농협에 내린 징계조치는 극히 이례적이다. 조합원들도 3월 선거로 선출한 조합장을 사실상 해임하는 농협중앙회의 조치에 반발하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현지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농협중앙회를 규탄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선 “안강농협에 망조가 들었다”는 개탄마저 나오고 있었다.

A조합원은 “중앙회 생각을 알 수가 없다. (조합원들이)뽑았으면 끝난 것 아닌가”라며 “밑에서는 최 회장과 연관이 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B 조합원은 “이사회에서 부지 매입을 통과시켰는데 이진은 징계받지 않고 상임이사 이하 직원들도 이 문제로 징계받은 사람이 없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농협중앙회를 못 믿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합원들이 선출한 조합장을 자르는 건 조합원들을 우롱하는거다”고 날을 세웠다.

C 조합원은 “예전엔 마을마다 돌며 조합 사정을 설명했는데 조합장이 직무정지된 뒤 농협 사업이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며 “조합원을 위한 조합이 돼야 한다. 될 수 있으면 자체적으로 해결했으면 좋겠는데 아쉽다”고 전했다. 얘기를 듣던 어느 조합원은 “들에 나와 농민들 얘기를 듣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며 “누구만 땡 잡았다. 최 회장 잘못은 아니겠지만 측근들 일이다보니 욕을 먹는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안강농협 관계자도 “유관기관과 협조 등이 제대로 집행되기 어렵다”고 조합 업무가 차질을 겪는 점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월 시행했어야할 경제사업장 이전도 잠정 중단된 상태다”라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까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협중앙회 조감위는 본지 취재에 “민·형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만큼 답변하기 어렵다”며 “추후 소송이 종료되면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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