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 원외 이용 제한, 철폐 주장에 신중론도 강세

  • 입력 2015.07.12 15:18
  • 기자명 홍기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비조합원의 생협 사업 이용(원외 이용)을 제한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을 놓고 생협 간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훼손하기에 제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더 심사숙고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생협법 제46조는 ‘조합원이 아닌 자에게 조합의 사용을 이용하게 하여선 아니 된다’고 명시했다. 다만 동법 시행규칙 5조 7항은 조합 가입 홍보차 전년도 총 공급고의 5% 범위(홍보기간 3개월)에서 원외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원외 이용 제한이 조합원 확대에 제약이 많다는 목소리는 2010년 생협법이 개정된 뒤에도 계속 불거졌다. 지난 2012년엔 생협전국연합회에서 이용 한도를 전년도 총 공급고의 5%에서 10%로 확대하자는 안을 마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건의한 바 있다.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원외 이용 제한 개선 논의는 최근 아이쿱생협의 주도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신성식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경영대표는 3일 열린 제38회 아이쿱포럼에서 “법률에 의거한 규제는 조합원 자치를 위해 최소화돼야 한다”라며 원외 이용 제한 조항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률 규제보다는 각 조합의 정관에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아이쿱생협은 원외 이용 제한이 일본과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유례없는 규제란 입장이다. 이에 2013년부터 정부와 국회에 꾸준히 생협법 개정을 촉구했다. 김대훈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대외협력팀장은 “생협법을 제외한 협동조합기본법과 개별조합법들은 조합원 이용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원외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며 “비조합원의 무임승차를 우려하는데 조합 수익 기여도에 따라 가격에 차등을 두면 조합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생협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생협은 대형마트보다 가격을 싸게 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많은 수의 비조합원들이 생협에서 물건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며 “(정체성 우려는)관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걱정하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수급조절이 어려운 농업의 특성상 원외 이용 허용이 생협과 함께하는 친환경농민들에게 도움이 된다. 농민과 소비자 사이의 연대와 협력을 위해서라도 생협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살림연합은 다시 쟁점으로 부상한 원외 이용 제한과 관련해 지난달부터 내부 토론을 시작한 상황이다. 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이사는 “생협전국연합회 설립을 위한 추진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면서 조합원 논의부터 시작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조 전무이사는 “각 생협이 정관에서 자치로 원외 이용 문제를 다루자는 안은 다각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며 “임직원 겸직금지나 출자좌수 제한도 규제지만 공동의 규정이 담겨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외 이용이 풀리면 조합원들도 이탈해 단순소비자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원외 이용 허용 범위를 늘리자는 논의는 사회공공성을 감안해 면밀한 의견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생협운동은 기존 시장질서의 대안으로 시작했기에 조합원 교육 등이 중요하다”며 “원외 이용 허용이 친환경농산물 소비에 도움이 되냐는 차원을 넘어 농업을 걱정하는 조합원들을 조직해 대안적 운동성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유통사업의 관점으로만 원외 이용 허용을 논의할 게 아니라 생협운동이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염두에 두고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