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농기계, 국내 농업환경에 맞춰 들여와야

농가에서 직접 개조 후 사용하는 경우 빈번
농식품부·검정기관·업체, 사용자에 책임 떠넘겨

  • 입력 2015.06.19 10:18
  • 수정 2015.06.21 18:50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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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전빛이라 기자]

“수입 농기계 개조해 사용하는 일 빈번”

국내 농업환경과 맞지 않는 수입 농기계의 검정 사업으로 인해 농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농기계 검정기관에서 국산·수입 농기계 관계없이 검정 신청자가 제공하는 포장에서만 해당 농기계를 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 농기계업체는 한국에 진출한 기업인만큼 국내 농업환경에 맞춰 농기계를 보완해 출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출국 현지에 맞춰 출시된 제품 그대로 들여온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최근 일본 농기계업체 대리점을 통해 채소자동이식기를 구입한 충남 공주의 A씨는 해당 농기계가 농작업 환경에 맞지 않아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 업체에서는 구입한 농민의 부주의를 주장하며 협상을 하지 않았고, 결국 A씨는 직접 농기계를 개조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농기계 검정기관과 농기계 업체는 해당 제품을 사용할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구입한 사용자들의 부주의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대부분의 농민들이 수입 농기계를 구입하면 관행적으로 직접 편의에 맞게 개조 후 사용하다보니 업체나 검정 기관에 관련 민원조차 접수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농기계 검정기관인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관련 민원이 접수된 건수는 총 두 건뿐.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입농기계 업체는 농기계를 국내 농업 환경에 맞추기는커녕 오히려 관련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용자 책임으로 떠넘기기 일쑤다.

이를 두고 충남 당진의 한 농민은 “농민들에게는 보편적인 상황이다”며 “대부분의 농민들이 성능이 좋은 수입농기계를 구입해 국내 농업환경에 맞춰 개조해 사용하는 일은 빈번한데, 업체나 검정 기관 등에서는 수십대의 제품 판매 후 한 대에서 민원이 발생하니 특수한 경우라고만 생각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재단에서 여러 환경을 조성해 검정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신청자가 제공하는 포장에서 검정을 한다면, 당연히 해당 농기계에 유리한 포장을 제공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실용화재단 농기계검정팀 관계자는 수입 농기계 검정과정에 대해 “보통 채소자동이식기는 포장시험을 하는데, 시간과 조건상 모든 환경에서 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신청자가 제공한 포장에서 검정을 하게 된다”며 “단위면적 이식을 하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결주율까지 검정했으며 이번에 민원이 제기된 해당 농기계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 농기계 업체들은 보통 우리나라 적응성 시험을 하고 들어온다”며 “우리나라는 농업환경이 제주도, 산간, 평야, 논, 밭 다 다르기 때문에 사용자가 그에 맞는 농기계를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민원에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사용자 부주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 관계자는 “기계라는 것은 본인이 선택을 해 구입하는 것”이라며 “농기계 검정 성적서를 보고 본인 농업 환경에 맞는 농기계를 구입해야지, 만약 기계 문제라면 소비자보호원에 의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잘라 말했다.

또한 “리콜은 전국적인 현상이 발생해야 해주는 것이다. 고장 난 것 안 고쳐 준다고 리콜 해줘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수입 업체, 국내 친화적으로 농기계 보완해야

그러나 외국 농기계업체가 한국에 진출한 농기계 업체인 만큼 국내 친화적으로 제품을 보완해 들여왔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소농기계의 경우 일본 업체와 국내 영세업체들이 관련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보니 대부분의 농민들이 사후 관리를 고려해 일본 업체 제품을 선택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국내 농기계업체 관계자는 “업체는 우수한 점만 드러내고 홍보하기 마련이다. 농기계는 가격이 비싼 만큼 충분한 테스트를 해봐야 하는데 상황이 그렇지 못하니 농민들은 대부분 기업이 주는 정보만 보고 농기계를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검정기관은 모든 지역 상황에 맞춰 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수입 업체가 그들이 진출한 현지 농민을 생각했다면 제품을 보완해 출시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농기계 등록제·리콜제 필요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농기계 등록제와 리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 농기계의 실용화 취소보다는 농기계 등록제와 리콜제를 통해 현장에서 농기계를 개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농기계 등록제는 농민들의 재산인 농기계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소유권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보험과 더불어 불량 농기계 제조 및 유통업자를 제재할 수 있는 등의 관리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것으로, 2009년 논의된 이후 좌초된 바 있다.

박수현 의원실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민원이 있는데, 실제 재단이나 업체에는 민원 통계가 잡히지 않아 제도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농기계 등록제에 대한 농민의 반발과 리콜제에 대한 업계의 반발이 있는 만큼 농민들의 협조 아래 간담회도 열고 정책 법안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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