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제4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 앞서 여성농업인 공동경영주 꼭 실현돼야

  • 입력 2015.06.12 14:56
  • 수정 2015.06.12 15:03
  • 기자명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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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요즘 농촌들녘은 모심기와 밭농사, 마늘 및 양파수확 작업이 한창이다. 모심는 이앙기와 트랙터 등 농기계는 대부분 남성이 몰고 있으며, 그 옆에서 여성농민들은 종종걸음을 치면서 비닐을 벗기기도 하고 앞뒤로 양파나 마늘을 캐면서 비지땀을 흘리곤 한다. 이런 풍경은 농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이앙기로 모를 심고 나면 여성농민들은 며칠씩 논에 들어가서 구석진 곳, 기계가 잘 심지 못한 곳에서 손으로 모를 때운다. 허리를 구부려서 종일 모를 때우고 나면 그날 저녁은 허리가 너무 아파서 잠도 잘 오지 않는다. 그나마 논은 경지정리가 잘되어 있어서 기계화로 인해 일이 덜 힘들지만, 밭작물은 모두 골짝진 곳에 있거나 산이 인접해 있어서 트랙터로 밭을 갈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비닐피복도 마찬가지다. 이랑을 짓고 비닐을 입히고 작물을 심는 것은 모두 여성농민들 손을 거쳐야만 가능하다. 어디 이뿐인가? 작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중간 중간 부지런히 잡초를 제거해야 한다. 수확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여성농민은 농촌, 농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법적으로는 농업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경영주 외 협업농업인’으로 규정되어 있다.

올해는 2016년~2020년 제4차 5개년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해이다. 지금까지 중앙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제1차~3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에 따라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현장의 여성농민 의견이나 여성농민단체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지만, 정작 정책을 생산하고 집행하는 각 여성농민단체와 심도 있는 논의를 한 적이 없었다. 여성농민 의견을 수렴한다는 미명 아래, 여성농민단체 대표들과 일회성으로 그치는 간담회 정도가 전부였다. 지자체는 중앙의 방침을 그대로 답습하여 단지 서면상의 평가나 계획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정도에 그쳐 있다. 이는 정책결정, 시행, 평가과정에서 정책의 주체인 여성농민이 제외되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전여농과 도 연합, 시·군여성농민회는 1992년 ‘여성농민 10대 요구안’ 이래로 여성농민을 생산의 주인으로, 삶의 주인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요구해왔고, 많은 것을 이뤄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여성농민들은 농업에서, 삶에서 우리의 가치를 존중받거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부부가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도 무급종사자로 인식돼 각종 보험에서 제외됐으며, 농업정책 및 정책자금 정보로 사용되는 농업경영체 등록에서는 경영주 외 농업인으로 등록이 돼 있는 상황이다. 부부가 똑같이 일하고, 밭작물의 경우에는 오히려 남편보다도 더 많이 농사일을 하고, 농업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농업의 주체로서가 아닌 보조적인 협업농업인으로서 농가경영주 외 농업인으로 등록돼있는 것이다.

끝으로 앞에서 숱하게 제기했지만, 여성농업인 정책 중 법 제도는 여전히 여성농민들을 농업의 주체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여농과 도연합·시·군 여성농민회는 제4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에 여성농민 육성 관련 법, 제도 등(여성농어업인 육성법,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 및 여성농업인 공동 경영주 등록 등)이 여성농민을 농업의 주체로 당당히 인정할 수 있도록 2015~16년 정책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또한 이에 필요한 예산 편성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해야 한다”가 될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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