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코앞인데 … 땡볕에 타들어가는 옥수수밭

수확량 ‘뚝’ 물대기는 ‘전쟁’

  • 입력 2015.06.12 14:54
  • 수정 2015.06.12 17:55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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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안혜연 기자]

▲ 이선진씨가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옥수수밭을 가리키고 있다. 옥수수가 덜 자란 상태에서 꽃이 펴 이 밭의 80%는 수확이 불가능하다.

대학찰옥수수로 유명한 충북 괴산군 감물면. 보름 뒤 옥수수 수확이 시작되지만, 기록적인 가뭄으로 밭에서는 마른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옥수수 잎은 힘없이 쳐져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농민 이선진씨는 “파종이 빨랐던 옥수수는 꽃이 펴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만약 비가 계속 오지 않으면 옥수수 알이 쭉정이가 된다. 비가 온다고 해도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가뭄 탓에 옥수수가 잘 자라지 못해, 비가와도 80%는 못 먹는다고 보면 된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정상적이라면 옥수수가 이미 사람 키 만큼 컸어야 하지만, 감물면 일대 옥수수 대부분이 아직 허리 정도밖에 오지 않았다. 같은 밭에서도 일부 습기가 있는 땅에서 자란 옥수수만 크게 자랐을 뿐, 생육이 더딘 옥수수가 태반이었다. 가뭄이 심한 밭은 아예 수확을 전부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이씨는 “물을 한 번 주면 가뭄이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땅이 더 굳어 안 주느니만 못하다”며 “최소 5번은 물을 흠뻑 줘야 한다. 살수차 정도로는 목을 축이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밭에 지속적으로 물을 대는 것이 중요하지만, 군내 지하수 지원이나 관수시설이 미비해 농민들은 도랑물을 퍼 올려 간신히 옥수수가 죽지 않도록 유지하고 있었다. 그나마도 도랑물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하루씩 돌아가면서 물을 사용해야만 한다.

감물면에서 만난 또 다른 농민은 “우리 밭은 수분이 많은 편인데도 바짝 말랐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도랑물을 퍼 나르고 있다. 옆집에서는 옥수수 밭에 물을 대도 대도 안 되니까 지쳐서 포기했다”며 “옆집에서 농사를 포기해 그나마 도랑물을 사용할 수 있었다. 또 자식들이 와서 도와주지 않았으면 물을 대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또 가뭄으로 상품성이 좋지 않다보니 농민들은 옥수수 가격 형성도 좋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적어도 옥수수 30개 들이 한 망에 2만원은 나와야 농가 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 경락가가 2만원일 경우, 운임비·수수료·상하차비 등을 제외하면 농가 수취가는 1만6,000~7,000원 정도다. 300평에 평균 150망이 생산된다고 하면 240만원 정도가 농민에게 돌아오는 셈이다. 하지만 2만원까지 가격이 올라가기도 힘들뿐더러,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어 농가 소득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선진씨는 “당장 가뭄 피해 대책을 세우는 것보다도, 앞으로 가뭄을 대비할 수 있는 점적호스 등의 관수시설이 절실하다. 농업 지원금을 업자에게 줄 것이 아니라, 농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며 “옥수수 가격이 30년 전하고 똑같다. 이윤이 나지 않으니까 농민들이 나이는 먹어 가는데 재배면적은 늘려야 한다. 그래야 먹고 산다”고 토로했다.

한편 괴산군 유기농산업과 관계자는 “주민들의 가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양수기, 스프링클러 대여 등 주민들의 요청 사항을 최대한 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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