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이 없다한들 다시 만날 그날 위해

사진이야기 農·寫 전농 통일쌀 모내기, 50여개 시·군서 진행

  • 입력 2015.06.07 17:58
  • 수정 2015.06.07 18:02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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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 지난달 23일 경북 안동시 서후면의 통일쌀 경작지에서 전농 경북도연맹, 전여농 경북도연합,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구경북본부 등 농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손모내기를 하고 있다.
   
▲ 지난달 31일 경기 이천시 대월면의 통일쌀 경작지에서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왼쪽)이 모를 심고 있는 가운데 뒤로 '쌀을 나누면 평화가 옵니다'는 현수막이 보이고 있다.

모를 심는다. 긴 바지 무릎 위까지 걷어 올리고 물 댄 논에 두 발로 딛고 서 모를 심는다. 30년 경력 농사꾼이 못줄을 잡고 못줄에 맞춰 일렬로 선 이들이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모를 심는다. 못줄 쥔 이의 ‘어이’하는 외침에 모내기에 나선 이들이 허리를 편다. 그 사이 못줄이 움직이고 다시 허리를 구부린다.

모를 심는 손끝에 정성이 오롯이 담긴다. 손끝을 바라보는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그저 나 하나 먹고 살자는 마음이 아니어서 그렇다. 우리끼리만 말고, 북녘에 있는 농민들과 동포들과 함께 먹고 살자, 하는 마음이 한데 모여 웃음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오랜 시간 대화가 끊기고 길이 막혀도 올 가을 추수 때는 만날 수 있으리라, 풍년 든 남녘의 쌀을 북녘으로 보낼 수 있으리라, 그런 희망을 품고 통일쌀을 심는다. 전국 50여개 시·군의 통일쌀 경작지에서 평화, 통일, 번영의 씨앗을 뿌린다.

“통일은 대박”이라 외치면서도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정부에 맞서 통일쌀에 담은 정성과 마음이 남과 북을 하나로 이어줄 것이라는 확신에 모 쥔 손에 힘을 불어넣는다.

통일농업, 민족농업이란 것도 결국 만나야 할 수 있는 것. 올 가을 남과 북의 농민이 만나 햅쌀로 지은 밥을 나눠 먹으며 평화를 이야기 하는 것. “통일은 됐어”라며 추수의 기쁨을 나누며 막걸리 한 잔 거하게 들이키는 그날을 위해 통일의 모를 심는다.

기약이 없다한들 다시 만날 날을 준비한다. 하여, 통일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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