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배추’ 미끼로 동업 제안, 투자 피해 발생

김치제조업체-제일종묘, 과대광고로 투자 꾀어내
제품 판매 시 ‘항암’ 단어 사용 불가 … 제재 소관 기관 “없다”

  • 입력 2015.06.05 10:01
  • 수정 2015.06.07 17:47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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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전빛이라 기자]

제일종묘농산이 배추 품종 ‘춘강암탁배추’를 ‘항암배추’라는 이름으로 광고·판매하면서 과대·허위광고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

제일종묘와 계약한 김치 제조업체 영농조합법인 ‘경희궁의 아침’은 피해자 A씨에게 제일종묘에서 개발한 항암성분이 있는 배추를 ‘항암배추’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동업을 제안, 항암배추 종자값 5,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그러나 제품 판매 시 ‘항암’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항암배추김치 판매로 인한 수익은커녕 종자값조차 받지 못하게 됐다.

문제는 제일종묘와 김치 제조업체가 ‘항암’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

제일종묘는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암탁배추의 베타카로틴 및 글루코나스투틴에 대한 성분 함유량에 대한 광고내용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아 관련 광고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정확히는 ‘항암’ 명칭 사용에 대한 ‘무혐의’ 처분은 아니다.

즉, 베타카로틴이 함유됐다는 내용은 홍보할 수 있지만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은 밝혀진 사실이 없기 때문에 ‘항암’이라는 명칭은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 김치 제조업체 ‘경희궁의 아침’에서 제일종묘의 암탁배추를 ‘항암배추’로 표기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러나 김치 제조업체는 A씨에게 동업을 제안할 당시 제일종묘의 항암배추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아 유일하게 ‘항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배추라며 피해자를 현혹해 종자값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제일종묘는 항암성분이 있는 춘강암탁배추가 아닌, ‘항암’ 단어를 앞세워 ‘항암배추’ 설명회를 여는 등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A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식약처에 민원을 제기, “식품위생법 제13조 및 법 시행규칙 8조에 의거 ‘항암’ 단어를 쓸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으며, 이어 농촌진흥청에도 민원을 제기한 결과 “품종 및 식품에는 항암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은 상태다.

제일종묘는 종자 판매 시 품종명 대신 항암배추를 크게 기재하고, 그 밑에 품종명 춘강암탁배추를 작게 기재함으로써 마치 춘강암탁배추에 항암효과가 있는 것처럼 묘사하며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한 종자업체 관계자는 “그렇게 판매하려면 특정성분을 분석하고 식약처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까지 항암 성분을 가진 배추가 기능성 인증을 받은 경우는 없다”며 “암탁배추보다 베타카로틴이 더 많이 함유된 타 회사 배추 품종도 항암배추라는 이름으로 판매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품설명을 보니 대학에서 연구한 결과를 첨부해 놨더라. 또한 품종명을 포장지에 기재했기 때문에 종자 유통 과정에서 제재는 받지 않지만, 사실 그런 부분을 제재하는 기관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A씨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관련 민원을 제기했으나 식약처 소관이라는 답변을 들었으며, 식약처에서는 식품에 관련된 부분만 처리하기 때문에 해당 종자업체에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다. 종자 과대광고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관이 없는 셈이다.

A씨는 “경희궁의 아침 대표에게 항암 글자를 쓸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이미 식약처 고위 관계자로 지내고 퇴임하신 분이랑 이야기를 끝내놨다고 하더라. 식약처라도 계급 낮은 공무원은 당연히 안 된다고 하지 않겠냐며 사업을 계속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분개했다.

A씨는 항암배추의 재배·가공·판매 과정에서 항암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으면 일반 배추와 다를 것이 없음을 깨닫고 투입된 돈 반환을 요구했으나, 경희궁의 아침측은 지난달 20일이었던 변재 약속 일자를 넘은 현재까지 변재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제일종묘는 과대광고로 종자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경희궁의 아침으로부터 항암배추로 인한 매출의 일부를 받기로 약속한 것이다.

A씨와 경희궁의 아침이 체결한 동업계약서 제7조에는 ‘본 계약이 체결되는 즉시 제일종묘농산 대표이사와 “갑(경의궁의 아침)”이 체결한 계약을 그대로 본 계약으로 승계하는 계약서 추인을 제일종묘농산으로부터 받기로 한다. 이로써 “갑”이 제일종묘농산 대표이사 박동복과 체결한 계약 내용 전부를 “을”과 동등한 직위로 유지하며 “갑”은 제일종묘농산 대표이사 박동복에게 사업시행법인의 주식 15%를 배당함에 공동 사업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도모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명목은 연구개발후원금. 즉, A씨와 경희궁의 아침이 동업해 항암배추 이름을 사용한 김치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면 15%의 주식을 제일종묘에 배당한다는 의미로, 제일종묘가 경희궁의 아침 및 동업자 A씨와 단순 종자 거래 관계가 아닌, 김치의 유통과정까지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A씨는 “일반 배추에 비해 항암성분인 베타카로틴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것뿐인데 마치 항암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함으로써 소비자를 호도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저지할 수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는 게 가장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제일종묘측은 1차생산물에 ‘항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제일종묘 관계자는 “이미 2012년도에 ‘항암’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공정위의 판결을 받았다”며 “김치 같은 식품에서는 사용할 수 없을지 몰라도 종자는 항암을 붙여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립종자원 관계자는 “일단 종자원에는 암탁배추로 등록이 돼 있다. 등록 시 상품명을 같이 등록하게 돼있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과대광고를 했다 해도 종자 유통과정에서의 일은 관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종자회사에서 이같은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관련 규정이 없다보니 현재 종자산업법 내에서는 문제 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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