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착과불량 피해 심각 … “솎아낼 것도 없다”

착과된 열매 상품성 크게 떨어져
종합보험 가입 농가만 재해보험 혜택

  • 입력 2015.05.25 03:07
  • 수정 2015.05.26 18:28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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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나주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고광길씨가 착과불량으로 인해 기형과로 자라고 있는 배 열매를 가리키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전빛이라 기자]

배 열매솎기가 한창이어야 할 시기, 배 밭은 잎만 무성한 채 고요하다. 솎아낼 열매가 없다.

4월 초 꽃이 필 시기 지속된 저온과 잦은 비로 수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한 가지에 두어개 겨우 달린 작은 열매는 그나마도 상품성이 없다.

“보통 아침 9시부터 3시까지 수정작업을 하는데, 올해는 수정작업이 가능한 때가 하루 1시간 밖에 안됐어요. 그러니 열매가 달릴 턱이 있나요. 예전 같으면 이맘 때 열매솎기 작업에 300여만원의 인건비가 들어가는데 올해는 솎을 것도 없어서 가족끼리 다 했어요.”

전남 나주에서 9,917㎡(약 3,000평)규모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고광길씨는 빈 가지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열매 없어도 내년 농사 생각하면…”

보통 배나무 가지 하나 당 30~40cm간격으로 열매가 열려 있어야 하지만 올해는 2m가량 되는 가지에서 열매 하나 찾는 것도 손에 꼽는다. 이처럼 열매가 열리지 않은 나무는 햇가지가 지나치게 많이 생기게 된다. 햇가지가 무성해지면 검은별무늬병 등 각종 병해충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배 밭을 그대로 두면 상품성 떨어지는 과일이 많아지고, 이듬해 열매 확보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배 농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평년처럼 약을 치는 등 과원을 세심히 관리할 수밖에 없다.

고씨는 “다음해에 농사 안 지을 것도 아니고, 평소처럼 똑같이 관리해야 한다”며 “특히 수분수 식재 비중이 적은 농가들은 한 두 개의 열매도 안 달린 곳이 많아 걱정이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검증되지 않은 인공 꽃가루가 원인이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날씨 탓이 더 큰 것 같다. 나는 수분수를 좀 심었는데 그 수분수마저 열매가 거의 안 달렸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 연구소 역시 개화기 저온과 잦은 비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최경희 배 연구소 박사는 “수분수 비중이 30%이상인 농가는 올해 인공 꽃가루 사용 농가보다 2~3배 착과율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같은 상황에서 수분수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확실히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이어 “불량 인공꽃가루도 발아율이 떨어지는 데 증량제를 섞으면 오히려 결실률이 떨어진다. 불량 인공 꽃가루에 대한 제도적 정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정위험 재해보험은 ‘무용지물’

배에 대한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나주 관내 2,500여농가 가운데 올해 재해보험의 혜택을 받은 농가는 103농가에 불과하다. 103농가는 지난해 11월 시범판매 된 ‘적과전 종합위험 보장방식보험’, 즉 종합보험에 가입한 농가들이다. 종합보험은 열매 솎기 이전까지 자연재해와 조수해, 화재에 대한 종합위험을 보장해주는 상품으로, 저온으로 인한 착과불량 피해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외 농가들은 동해, 태풍 등의 경우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특정위험방식 보험’에만 가입한 상태.

고씨는 “이런 일이 처음 발생한 거라 종합보험 가입까지 생각한 농가들이 거의 없다. 또 종합보험은 지난해 11월 처음 도입돼 미처 들지 못한 농가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또 “종합보험은 비싸기도 비싸더라. 아무리 자부담이 20%라지만 3,000평당 몇 백만원에 달해 가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농업재해보험대책법 규정에 따른 복구비는 배 봉지를 씌운 이후 피해 면적인 50ha이상일 경우 지원될 예정이다.

나주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지금은 배가 파란 잎사귀에 가려져 안 보이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 면적을 조사하기 위해 배 봉지를 씌운 후 피해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라며 “이후 피해규모에 따라 농식품부 지원 대책에 의해 지원 방법을 논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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