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뭐하러 농해수위 맡았나

김 대표 지역구 사무실 찾은 농민들 문전박대 받아

  • 입력 2015.05.24 09:59
  • 수정 2015.05.24 21:1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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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지역구 사무실을 찾은 농민들은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농민들은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꼬박 하룻밤을 새며 뜻하지 않은 농성을 벌여야 했다.

경남·경북지역 농민 10명은 지난 20일 부산시 영도구 김무성 대표 사무실을 방문했다.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은 14일 김 대표에게 수입 밥쌀용 쌀 공매에 대한 김 대표의 입장과 대책을 묻는 질의서를 보낸 바 있다.

19일까지 ‘편리한 방안으로’ 입장을 밝혀달라는 정중한 요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농민들은 아무 답변도 얻지 못했다. 이날 김 대표의 영도구 사무실을 찾은 천병한 전농 부산경남연맹 사무처장은 “김 대표는 부산경남지역 유일한 국회 농해수위 위원이기도 하다. 당 대표이자 농해수위 위원이라면 내일 전자입찰을 통해 수입하는 밥쌀용 쌀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밝혀야 한다”며 “김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표 사무실은 비어있는 채 잠겨 있었다. 농민들은 밥쌀용 쌀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현수막과 포스터를 건 뒤 사무실 직원을 기다렸다.

▲ 지난 20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를 찾은 농민들이 김 대표 사무소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경찰이 사무실 직원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김해주 영도경찰서장은 “김 대표가 바빠서 신경을 못 썼을 수도 있다. 다시 질의서를 보내는 게 어떻겠냐”며 농민들에게 해산을 권하기도 했다. 농민들이 물러나지 않자 김 서장은 “사무실 직원과 연락해 중재를 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입장도 곤란하다”며 자리를 떴다.

경찰서장의 곤란한 입장은 공권력 남발로 이어졌다. 강호진 영도서 경비교통과장은 오후 2시 20분과 40분 경 농민들에게 거듭 해산명령을 통보했다. 2시간 남짓 문이 열리길 기다렸을 뿐인 농민들은 “단지 기다리는 게 죄냐. (해산명령의)법적 근거가 뭐냐”고 따졌다. 잠시 뒤 강 과장은 “착오가 있었다”면서 해산명령을 무효로 돌렸다.

참다못한 하원오 전농 부경연맹 의장이 “국고 지원을 받아 사무실을 운영하는데 이럴 수가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 의장은 “농민들이 한창 모내기로 바쁜 이 시기에 수입 밥쌀을 들이는 건 모내기 하지 말라는 얘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질타를 들어야할 사람들은 그때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림에 지친 농민들은 저마다 오늘 손을 놓고 나온 농사 얘기를 꺼냈다. 경남 함안군에서 온 박기병씨는 “토마토 하우스농사를 짓는데 지금 한창 수확하다가 왔다”고 말했다. 경북 고령에서 온 김경수씨는 “이제 논에 물을 채워야 하는데 여기 온 거다. 농민들이 지역구 사무실을 찾았는데 아무도 나타나질 않는다. 농업이 푸대접 받는 것 같아 답답하다”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농민들은 잠긴 사무실 문 앞에서 꼬박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뜻하지 않은 농성을 진행한 셈이다. 이들은 다음날인 21일 밥쌀용쌀 수입 반대 기자회견을 연 뒤 지역으로 되돌아갔다. 최창훈 전농 경북도연맹 사무처장은 “대다수 지역농민들이 농사짓기 바빠 밥쌀용 쌀 수입 소식을 모른다”며 “지역에 돌아가면 시군별로 현수막을 거는 등 일단 밥쌀용 쌀 수입문제를 알리는 작업부터 진행해야 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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