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협 수입 과일 판매, 농민 배신이다

  • 입력 2015.05.17 22:5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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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주춤했던 농협의 수입 과일 판매가 2011년 국정 감사에서 문제가 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호된 질책을 받았다. 그 이후 농협의 수입 과일 판매는 다소 주춤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어 농민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우리 농업의 핵심적인 문제는 농산물 가격문제다. 최근 3~4년 주요 농산물의 가격폭락은 일상화 됐다. 그나마 가격을 유지했던 과일마저 가격하락의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 이는 순전히 수입 농산물이 그 원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평년작 정도 수확이 돼도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농협이 수입농산물을 판매한다는 것은 농민에 대한 배신이다. 농협은 다문화가정의 요구로 불가피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다문화 가정의 출신국이라 할 수 있는 동남아지역에서 생산되는 과일 뿐만 아니라 미국산 체리, 오렌지, 칠레산 포도 등을 주력 상품으로 팔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

물론 마트를 운영하면서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아울러 수익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농협이 앞장서서 수입 농산물을 판매한다면 결국 국산 농산물을 우리 시장에서 몰아내는 것과 같다. 이는 농협 본연의 역할에 배치되는 일이다.

마트 사업은 농협의 핵심 사업이 아니다. 농협의 핵심 사업은 농민조합원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제 값 받고 팔아주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농협이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 판매는 소홀히 하면서 수입 농산물 판매를 확대해 수익에만 골몰한다면 주객이 전도된 일이 아닐 수 없다.

농협 마트가 우리 농산물만 판매하는 것은 상식의 문제다. 다소 손해를 보고 일부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더라도 농협은 우리 농산물만을 판매하는 매장으로서 경쟁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 누구든지 농협에 가면 의심 없이 우리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 주는 것이야 말로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지금 눈 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수입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은 실로 후안무치이다. 농협은 전국 농협매장에 판매하고 있는 수입농산물을 철수해야 한다. 더불어 하루 빨리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다시는 수입농산물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대한 농민들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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