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 넘치는데 밥쌀용 수입쌀 왜 사들이나

  • 입력 2015.05.17 22:49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쌀값이 폭락했다. 농민들의 심리적 저지선이라 할 수 있는 16만원선이 무너졌다. 정부는 약속했던 7만7,000톤을 추가 수매하기로 했다. 더 이상의 쌀 값 하락을 막기 위한 농민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한숨 돌리는 것도 잠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돌연 밥쌀용 쌀 수입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쌀 관세화를 선언하면서 수정 양허안에 기존에 유지돼 왔던 수입쌀의 용도지정을 폐지했다. 수입쌀의 용도 지정은 2004년 쌀 재협상 실패의 산물이다. 당시 수출국의 압력에 굴복해 국제적 관례에 없는 국가별 쿼터를 인정, 수입쌀의 용도지정 해외원조 금지 등 굴욕적 협상결과가 탄생했다. 물론 MMA양은 두 배로 늘려주면서도 말이다. 이 모든 게 관세화 예외를 받기위해 우리가 지불해야하는 대가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었다.

2015년 우리는 쌀 관세화 선언을 했다. 이제 관세화유예의 대가를 지불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는 지난해 말 WTO에 제출한 수정 양허안에 담겨 있다.

국내 쌀이 넘쳐 시장격리를 하는 마당에 의무도 아닌 밥쌀용 쌀을 수입한다는 것을 이해할 농민들이 있을까? 이는 우리가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자발적으로 상납하겠다는 농정의 굴욕이라고 밖에 해석이 안 된다. 지금 쌀값이 폭락해서 농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모내기가 시작되고 있는 지금 농민들은 과연 벼농사를 계속 해야 하는가 라는 불안 속에서도 올해는 좀 더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로 모내기를 하고 있다.

작년 말 농식품부 예산에 밥쌀용 쌀 수입 예산 700억원이 편성돼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때 정부는 실무적 착오라며 이를 수입양곡대에 편입시킨 바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시장수요 때문에 밥쌀을 수입하겠다는 것은 국회를 기만하고 농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보궐선거를 앞둔 4월 29일, 이미 약속한 7만7,000톤 시장격리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도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다. 결국 정부는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농민들을 속인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과연 이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 국민의 정부이고 농민들의 정부라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한다. 밥쌀용 쌀 수입은 즉각 중단하고 나아가 폐기해야 한다. 7만7,000톤 추가 격리 역시 즉시 시행해야 한다. 정부의 약속이 이렇게 가벼워서야 국민들은 누구를 믿고 살아간단 말인가?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