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안법’을 부탁해

  • 입력 2015.05.16 15:26
  • 수정 2015.05.16 15:49
  • 기자명 임영환 변호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임영환 변호사

올해도 조금만 지나면 여름에 들어선다. 이 때부터 해서 추석까지 더욱 많은 농산물들이 생산되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를 것이다. 생산자는 농산물이 제값에 팔리기를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사고 싶은 마음이다.

이러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후생을 높이고 국민생활의 안정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농산물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게 하기 위하여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이 존재한다.

최근 가락시장 내 도매시장법인 중 하나인 동부팜청과(주)의 대주주가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모펀드인 칸서스자산운용주식회사로 변경되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사실 과거부터 가락시장 내 도매시장법인들의 독과점 구조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던 바는 주지의 사실이다. 농안법에 따라 소수의 회사만이 도매시장법인으로서 지위를 가지고 주요품목에 대해서는 오로지 자신들만이 위탁 또는 매수하여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농안법이 소수의 도매시장법인에게 이러한 독점적 권한을 부여한 것은 농산물 유통의 공익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농안법에는 누가 도매시장법인을 소유할 수 있는지, 예를 들어 주식회사일 경우 그 주주는 누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없으며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대주주의 변경에 대해서도 대주주가 되려고 하는자가 사전에 승인을 받도록 하는 ‘사전승인’ 절차조차 규정되어 있지 않다.

반면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제정된 소위 ‘자본시장법’에도 증권사의 대주주가 되려고 할 경우 사전에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자본시장법 제23조). 하물며 농산물 유통의 공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통인(도매시장법인)의 시장진입 자체를 제한하는 농안법이 이와 같은 ‘사전승인’ 제도가 없다는 것은 입법의 불비라 할 것이다. 따라서 조속한 시일내에 최소한 자본시장법에서 정하고 있는 수준의 대주주 변경에 대한 ‘사전승인’ 규정을 신설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현재 도매시장법인의 독과점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기존의 농안법 규정을 제대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가락시장의 경우, 도매시장법인의 공익성을 확보할 목적으로 농안법 제24조에 따라 서울시 등이 출자총액의 100분의 50을 초과하여 출자하는 방식으로 공공출자법인을 설립·운영할 수 있다. 그리고 도매시장법인의 독과점을 막고 효율적인 농수산물 유통을 목적으로 농안법 제36조에 따라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제도를 도입하여 도매시장법인과의 경쟁을 촉발시켜 생산자와 소비자의 후생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법률과 비교하여 농안법의 규정들을 좀 더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농안법 제23조의 2(도매시장법인의 인수·합병) 제1항은 ‘도매시장법인이 다른 도매시장법인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경우에는’ 이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상법 상 ‘인수’라는 개념은 소유권 내지 청구권의 대상이 되는 주식, 자본, 채권 등을 양수하였을 경우에 쓰이는 용어로 법에서 ‘사람’으로 취급하는 법인을 대상으로 해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럴 경우 ‘도매시장법인의 주식 또는 지분을 인수하거나’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마 법 조항 신설 당시 나란히 규정하고 있는 ‘합병’(상법 상 합병의 대상은 인수와 다르게 법인의 주식이나 지분이 아니라 법인 또는 회사 그 자체)과 동일한 방식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 애초 농안법에서 용어 사용을 잘못하는 바람에 하위 규정인 농안법 시행규칙에서도 그 잘못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농안법 시행규칙 제18조의 3(도매시장법인의 인수·합병의 승인 등) 규정에서도 상법상 ‘합병’에만 적용되는 등기의무 및 주주총회 승인을 ‘인수’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도매시장법인이 해당 법에 따라 다른 도매시장법인의 주식을 과반수이상 인수한 경우 승인신청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또한 농안법 중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한다고 규정하였으나 관련 시행령이 아직 없는 경우도 있다. 농안법 제70조의2(농수산물 전가거래의 촉진등) 제1항에서 농수산물 전자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농수산물 거래와 관련된 업무경험 및 전문성을 갖춘 기관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관에 관련업무를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으나 대통령령 어디에도 농산물 거래와 관련된 업무경험 및 전문성을 갖춘 기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규정은 없는 상태이다.

농산물 유통의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가 바로 농안법이다. 농안법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도매시장법인과 관련된 새로운 규정을 신설해야 하고 기존의 규정들 역시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며 잘못된 용어의 사용과 하위규정의 불비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