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값 하락하는데 밥쌀용 쌀 수입 ‘웬 말’

정부 “밥쌀용 쌀 수입은 수요처가 있기 때문”
수입계획 철회 촉구 성명서·기자회견 줄이어

  • 입력 2015.05.16 15:20
  • 수정 2015.05.16 15:50
  • 기자명 안혜연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안혜연 기자]

▲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지난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밥쌀용 쌀수입으로 쌀 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수입 중단과 쌀 값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신정훈 의원실 제공

국내 쌀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쌀 추가 수매·비축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밥쌀용 쌀 구매입찰 공고를 올리면서 논란이 들끓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재수, aT)는 지난 8일 ‘2015 TRQ 쌀(5차) 구매입찰 공고’를 aT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입찰물량은 총 7만5,378톤이며, 이 중 밥쌀용 쌀에 해당하는 물량은 1만톤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밥쌀용 쌀 30% 의무수입’ 규정이 삭제되고, 지난해 국내산 쌀이 과잉인 상황에서 굳이 밥쌀용 쌀을 수입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밥쌀용 쌀은 국내산 쌀과 혼합돼 부정 유통되는 등 국내산 쌀값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관세화 유예기간이었던 2005~2014년, 우리나라는 최소시장접근물량(MMA) 40만8,700톤 중 30%는 반드시 밥쌀용 쌀로 수입해야 했다. 하지만 쌀 개방이 선언된 올해부터 이 조항은 더 이상 의무사항이 아니다. 현재 우리 정부는 ‘밥쌀용 30% 의무수입’ 조항이 삭제된 쌀 양허표 수정안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한 상태다. 즉, 올해부터는 쌀을 전량 가공용으로 수입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은 424만톤으로, 최근 정부가 쌀 7만7,000톤을 추가 수매할 정도로 과잉돼 수급에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쌀값은 지난해 수확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산지 정곡 20kg 가격은 지난해 10월 5일 4만4,461원에서 지난 5일 3만9,614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밥쌀용 쌀 수입 논란과 관련,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관계자는 “밥쌀용 수입쌀 수요가 일정부분 형성된 상황이기 때문에 고려를 안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aT 식량관리처 미곡부 관계자도 “밥쌀용 쌀 30% 의무도입 규정을 폐지한다는 것은 밥쌀용 쌀을 전혀 수입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내 수요에 따라서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내산 쌀을 소비하는 곳이 있는 반면 급식·식당 등 밥쌀용 수입쌀을 대량 소비하는 곳이 있다. 국내 쌀 가격이 떨어지긴 했지만 이들에게는 원가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정부가 밥쌀용 수입쌀 수요에 의해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줄을 잇고 있다.

전국쌀생산자협회는 지난 12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기습적으로 밥쌀용 쌀을 수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WTO 쌀 협상에서 이면합의가 있을 것이란 농민들의 우려를 현실화 시키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내 쌀값이 계속 하락해 정부가 쌀을 추가 시장 격리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밥쌀용 수입쌀을 가공용으로 돌리면 국내 쌀 수급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즉시 수입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지난 12일 성명서를 발표해 “지난해 정부는 쌀시장 개방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면서 기존 국별 쿼터물량, 밥쌀용 비중, 국내시장 접근기회 보장 등 관세화 유예기간 동안 적용됐던 저율관세물량 용도에 관한 규정은 삭제하고, WTO 일반원칙이 적용되도록 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WTO 이행계획서 점검이 끝나기도 전에 정부가 앞장서서 스스로 밥쌀용 쌀을 도입하는 등 정반대 조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