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안혜연 기자]
지난달 21일 가락시장에서 저장양파 20kg 한 망이 10원에 경매되면서 농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는 양파 수급조절 차원에서 저장양파 9,280톤을 시장격리 했다가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방출 조치토록 했다. 하지만 방출이 연기됐던 저장양파 중 상품성이 현저히 떨어진 물량 일부가 시장에 방출되면서, 낙찰가가 10원까지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저장양파 방출 시기 동안 품질 저하품은 거의 10~1,000원 사이에 낙찰됐다.
가락시장 청과의 한 양파 경매사는 “팔 수 없을 정도로 상품성이 떨어진 양파는 걸러내고 출하해야 하는데 일부 업체에서 작업을 엉망으로 해서 보냈다. 어차피 정부에서 차액을 보전해주니까 일부 업체에서 망수만 늘린 것”이라며 “경매하기도 애매하고 중도매인 요구사항도 있어 그런 가격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저장양파 출하 막바지였던 지난달 28일만 해도 시장 전체에 5톤 트럭으로 9대가 반입됐다.
저장양파가 이렇게 많이 들어왔던 적도, 가격이 이 정도였던 적도 올해가 처음”이라며 “저장 물량이 많아 조생양파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번 저장양파 시장격리 조건으로 정부는 저장업체에 격리물량 시세차액보전, kg당 15원의 보관료 지원, 감모비 지원 명목으로 공영도매시장 출하물량 중 20%를 지원했다. 경매 가격에 상관없이 업체에겐 20kg당 1만5,160원이라는 지원금이 보장됐다. 이번 정책이 시장 가격을 혼란시켰을 뿐만 아니라 업체에만 혜택을 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양파 주산지에서는 양파값 보장을 위한 농민대회가 열렸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무안군농민회를 비롯한 농민단체는 지난달 29일 오전 무안군청 앞에서 ‘양파생산비 보장을 위한 무안 농민대회’를 개최했다.
정상철 전농 무안군농민회장은 “지난 1년 모든 농산물 값이 폭락을 면치 못했다. 양파는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했고 지역 농협은 막대한 적자로 파산 위기다”라며 “조생양파 가격이 초반에 좋아 올해 괜찮겠다 생각했지만 지난 15일 저장양파를 방출한 이후 양파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와 같은 상황을 되풀이할 수 없다. 생산비와 적절한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가 현실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가격이 좀 오른다 싶으니 정부에서 양파를 풀었다. 가락시장에서 저장양파가 10원에 거래되고 있다. 농산물 제 값 받아야 농민이 살 수 있지 않겠나”고 힘줘 말했다.
이어 농민단체는 ▲최저가격을 현실화하고 농안법 취지에 맞도록 농산물 생산비를 보장할 것 ▲수급조절 품목을 대폭 확대하고 수급조절위원회 생산농민 직접 참여를 보장할 것 ▲현장 농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생산비조사 체계를 새롭게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