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폐지 앞둔 저농약인증제, 날짜만 손꼽는 정부

  • 입력 2015.05.02 09:42
  • 수정 2015.05.02 09:4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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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저농약인증제가 폐지된다. 친환경 농산물의 신뢰성을 높이고 일반 농산물과의 가격 차별화, 소비자 혼란 방지 등을 위한 정부의 조치 때문이다. 당초 2010년까지 폐지하기로 했던 정부 방침은 현장 농민들의 반대로 올해까지 연장됐다. 저농약 인증을 폐지하겠다는 첫 계획부터 따지면 올해 꼭 10년째다.

저농약 인증 폐지에 대한 정부의 의도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농약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과수 농가를 위한 정부 대책 부분엔 ‘직무유기’ ‘낙제’등의 꼬리표를 붙여줘야 할 수준이다.

친환경 농산물은 크게 유기농, 무농약, 저농약 세 가지로 나뉜다. 이 중 저농약 농산물의 대부분은 과수 농가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내년부터 무농약으로 수준을 올리거나 아니면 관행농으로 되돌아가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채소 농사처럼 작기가 짧거나 품목 혹은 품종을 바꾸는 일이 수월하다면 좀 낫다. 위험 부담이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수는 병충해 관리 자체가 어렵고 내병성 강한 품종으로 바꿔서 소비자 입맛에 맞을지 어느 것 하나 장담할 수 없는 상황. 한마디로 과수농가의 무농약, 유기농 전환은 어려운 일이다. 저농약 과수농가가 무농약 재배로 전환해, 무농약 인증 1년차에 수확량이 40%, 2년차에 70%까지 늘어났지만 3년차엔 바이러스와 병해충 피해로 과수 대부분이 고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더 큰 문제는 저농약 인증 과수농가가 친환경농사의 최고수준인 유기농과 무농약으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유인책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저농약 인증 폐지가 확정 된 10년간 정부가 한 일은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예산을 배정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에 보급하는 일에 얼마나 적극 나섰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그저 저농약 인증 폐지만 손꼽고 있었을 뿐 아닌가.

정부는 무농약을 할지, 유기농을 할지 농가 의지에 따른 선택이라는 소극적 관점에서 저농약 인증 폐지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 과수의 친환경직불금을 차등지원 해야 한다는 친환경 농민 단체들의 요구,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를 개선해 유기인증과 친환경인증을 별도 관리해야 한다는 학계의 의견 등을 면밀히 검토해서 ‘친환경 농산물 확대’라는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

아울러 정부가 저농약 인증 폐지 대책으로 GAP 지원책을 언급하는 것은 ‘친환경 농업’의 철학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제초제와 GMO종자를 허용하는 GAP는 친환경 농업과는 그 바탕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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