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박선민 기자]
농민들이 쌀 관세율 인하 우려로 TPP 반대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TPP-FTA 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와 ‘전쟁반대평화실현공동행동’은 지난 18일 서울 보신각 앞 광장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정부의 TPP 가입을 반대하고,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저지하기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특히 전국 농민들 300여명이 참가해 TPP 가입을 반대하고 생존권 보장을 외쳤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우리나라는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FTA를 강행해왔지만,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느냐”며 “FTA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또 다시 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TPP 가입 강행을 비판했다.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인 TPP의 타결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 정부의 ‘묻지마 TPP가입’이 강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TPP가 ▲‘참여’가 아닌 ‘가입’으로 협정문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점 ▲쌀 시장 개방·광우병 쇠고기 수입조건 완화·GMO 규제 완화 ▲일본과 자유무역 시 일방적 관세철폐 등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영호 전농 의장은 “TPP는 우리 식량주권을 위협한다. 정부가 TPP에 가입하는 즉시 미국은 가입비로 쌀 관세 인하와 광우병 위험 소 수입을 요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까지 무분별한 FTA 체결로 우리 농업 다 죽여 놓고, TPP까지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잘못된 농업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쌀 농가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 온 쌀 생산자들은 더 이상 정부의 쌀 개방 추진을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며 집회에 나섰다.
나주에서 올라 온 고광길(66)씨는 “농약, 비료 값 다 오르는데 쌀값은 바닥이다. 5만2,000원에 팔던 것을 4만7,000원에 파는데도 쌀이 안 팔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싼 값에 수입쌀이 밀려들어오면 농민들이 밥그릇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철원에서 약 10만㎡(약 3만평)의 쌀농사를 짓는 전흥준(53)씨는 “정부는 쌀 수매 노력 자체가 없다. 판매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인데, 오롯이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쌀 농가의 위기를 전했다. 이어 “TPP 가입하면 513%는 못 지켜질 것이라고 본다. 생산비 자체가 쌀값이 떨어져서 보장이 안 되는 수준인데 TPP마저 가입하면 농민들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보신각에서 서울광장까지 약 30여 분간 “농산물 지킬 품목도 없이 이젠 다 내줬다. 농업, 국민경제 파탄 내는 TPP 가입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