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장이 만드는 공동체 세상
여성이장이 만드는 공동체 세상
  • 강다복
  • 승인 2008.02.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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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복 - 전북 김제시 용지면

내가 이 마을에서 산지 벌써 21년 째이다.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 김제로 시집을 와 세 아이를 낳고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지만, 아직도 타지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이곳이 나의 고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살았다.

세 아이를 키우며 학교 운영위위원회 활동도 하고, 마을에서의 각종 애경사 등 내 일처럼 마을일을 보다보니 동네 아짐들이 이장을 한번 해 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며 권유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과연 이 마을을 잘 운영을 할 수 있을까 겁도 나기도 했지만 한번 해보지 뭐, 여태까지 하던 데로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이장을 결심하게 되었고 올해로 3년째 동네 이장을 하고 있다.

처음 이장할 때만 해도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우리 마을은 60호 정도 되는 시골 마을치고는 좀 큰 편에 속한다. 농촌사회 대부분이 그러하듯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진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다. 마을에 남자가 없어서 여자가 이장을 해야하는 등 여자가 이장을 하면 마치 마을이 어떻게 되는 냥 난리법석이었다. 심지어 이장선거를 하는데도 1세대에 1명만 찍어야 된다고 하였다. 그렇게 되면 투표는 혼자 사시는 고령의 여성농민이 아니며 거의 남자가 대부분 하게 되고 여자에게는 투표권도 주어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여성농민운동을 하는 나로써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아서 투표의 기본권리부터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마을 주민들에게 설득하기 시작했다. 동네의 여성농민들이 부당함을 느끼며 함께 동조하였고 그렇게 해서 간만의 차로 이장이 되었다.

이장은 말 그대로 동네의 이곳 저곳 불편한 사항,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줘야 한다. 누구네 집 근심거리가 무엇인지, 밥상에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마을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워낙 이웃들과 격 없이 지내 그런 것들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지만 마을에 노인들이 워낙 많다보니 이 분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요즘 시골에는 아이 웃음소리가 끊긴지 오래된 반면 고령 노인들이 많아 마을 인구의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노인들의 복지는 그야말로 형편없다. 다행히 김제시는 시장공약 사항으로 독거노인을 위해서 마을 경로당을 리모델링하여 밤에는 독거노인들이 그룹홈을 형성하여 숙식을 같이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 마을도 그 사업을 신청하였고 독거노인들을 위한 그룹홈형태의 경로당을 운영하게 되었다. 처음에 그룹홈을 신청할때만 해도 마을 어르신들에 반대도 조금은 있었다. 경로회장님을 설득해서 사업을 신청하고 막상 선정이 되니 조금은 걱정이 앞섰다. 그룹홈 시설을 해놓고 경노당에서 주무실 분이 없으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도 되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도 여자가 이장이다보니 이런 저런 말도 안되는 일로 조금은 힘들었다. 처음에는 같이 주무시는 것에 대해서 익숙치 않아 낮에는 경로당에서 놀고 밤에는 각자 자기집에 돌아가서 주무신다고 하신다. 그러다 점점 한두분씩 늘어나더니 요즘은 제법 많은 분들이 그룹홈을 같이 하고 계신다.

그룹홈이 없었을 때는 기름값이 아까워 전기장판을 약하게 해놓고 거의 냉방에서 주무시곤 하셨다. 그러다 보니 건강이며 식사며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러나 혼자 사는 노인들이 추운 겨울에 한 곳에 모여서 같이 식사도 하고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꽃도 피우면서 따뜻한 겨울을 나는 것을 볼 때 이장하면서 새삼 보람을 느낀다.

전국 곳곳에서 이장일을 보는 여성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아직도 많이 보수적인 농촌이지만 여성상이 발휘되어 여성이장들이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여성이장이 만들어 가는 공동체 세상,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 

강다복(전북 김제시 용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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