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방화와 미국 쇠고기 수입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

  • 입력 2008.02.17 13:43
  • 기자명 박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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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말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최근 척 코너 미 농무부장관 직무대행, 카를로스 쿠티에레즈 미 상무장관, 슈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 대표 등은 ‘한국 쇠고기시장 전면개방은 한미 FTA 비준의 선결요건’이라며 공개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종훈 본부장 발언 ‘부적절’

▲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
그런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마땅할 한국 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미국 정부의 부당한 요구에 항의를 하거나 거부를 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얼마 전 전경련이 주최한 한미 FTA 비준 촉구 조찬회의에 참석해 “한미 FTA의 미국 의회 비준을 위해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2007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 총회에 참석한 토시로 카와시마(三船川島) 일본 대표는 미국의 광우병 통제국가 판정과 관련하여 “WTO 위생검역협정에 따르면, 회원국은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에서 권고하는 조치보다 엄격한 위생검역 조치를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으며, “일본은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따르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밝혔다.

‘말리는 시누이’격인 김종훈 본부장은 “미국산 쇠고기가 모두 위험하다는 것은 비정상으로, 일부 시민단체는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지만 위해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시민단체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의심되는 병든 소를 학생들의 급식에 대량 공급했다는 생생한 증거가 담긴 몰래카메라를 폭로했다. 미국의 시민단체가 몰래 촬영한 동영상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대규모 도축장에서 늙고 병든 젖소를 거의 매일 도축하여 학교급식용으로 광범위하게 유통시켰다. 주저앉는 증상을 보이는 늙고 병든 젖소는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간이 섭취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광우병 위험이 있는 문제의 쇠고기는 미국 정부로부터 버젓하게 ‘검사필증’까지 받아 미국 내 36개주에 있는 10만개 이상의 학교와 어린이 보호시설에 오랫동안 급식 원료로 공급되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위반사항을 미리 적발하지 못했으며, 제대로 된 감사활동을 벌이지도 못했다. 따라서 한국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에 찍힌 미국 정부의 ‘검사필증’을 결코 신뢰할 수 없다. 이러한 방식으로 도축된 쇠고기는 광우병뿐만 아니라 살모넬라, O157 식중독 대장균 등으로 우리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해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생한 증거가 있는데도 ‘과학적 입증’을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과연 제 정신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미국 도축장의 광우병 통제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미국 농무부 감사보고서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했다. 2006년 2월1일자로 발표된 미 농무부 감사관 보고서를 보면, 2004년 6월부터 2005년 4월까지 감사대상 도축장 12개소 중 2개소에서 29마리의 주저앉는 소를 식육처리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미 농무부 감사보고서는 ▲도축장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 제거 관리가 부적절하며, ▲광우병 검사방법이 육안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육안검사 조차도 5∼10%의 추출검사만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뿐 아니라 펜실베니아, 캔자스, 위스콘신 등의 주에서 광견병 음성 판정을 받은 146마리의 소 가운데 무려 52마리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광견병과 광우병에 걸린 소는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소가 광견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광우병 위험을 고의적으로 축소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2004년 8월의 미국 농무부 감사보고서에서 중추신경계의 이상을 보이는 소 680두 중에서 162두만 광우병 검사를 실시한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미국 정부는 광우병 위험성이 높은 소의 75% 이상을 검사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이러한 사실 또한 광우병 발생을 축소ㆍ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므로 미국의 광우병 검사정책은 전혀 신뢰할 수 없다.

국민 건강과 생명은 꼭 지켜야

최근 일어난 국보 1호 숭례문 방화사건은 허술한 관리체계가 빚어낸 예고된 재앙이었다. 이미 1년 전부터 문광부의 홈페이지에는 숭례문의 화재 우려를 제기한 글이 올라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시민사회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미국 도축장의 광우병 통제시스템이 지나치게 허술하여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경고해왔다. 만일 이러한 경고를 무시하고 한미 FTA의 미국 의회 비준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조건을 전면적으로 완화한다면 숭례문에 불을 지르는 짓과 똑같은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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