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민들 인내의 빗장이 풀리고 있다

  • 입력 2015.03.29 10:31
  • 수정 2015.03.30 09:16
  • 기자명 강광석 강진군 극단 ‘하늘지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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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광석 강진군 극단 ‘하늘지붕’ 대표

농산물 가격은 해년마다 폭락한다. 일상적이고 치명적이다. “3년에 한번 재미 보는 한탕농사”도 옛말이다. 산간 마을에서 마늘작목반 간부 일을 하시는 형님을 만났다. 그는 대파 농사도 한다.

“그래도 나는 낫다. 소라도 키우니까. 다른 사람들은 못 버티고 농사를 작파한 사람들이 많다”란다. 그는 소를 300마리 키운다. 그것으로 버티는 거다.

올해는 채소값이 괜찮은 모양이다. 몇몇 품목이 괜찮은 거고 작년대비 15~20% 올랐다는 건데 그러면 농민들이 살기가 괜찮다는 거냐? 그렇지 않다. 지금 올랐다는 가격이 배추, 무의 경우 평년 가격의 절반수준이다. 농산물 가격 폭락은 생산비 이하로 가격이 떨어졌다는 거다.

올해 올랐다는 배추, 무, 대파가 그럼 생산비 이상으로 많이 올랐는가. 미안하지만 배추, 무, 대파는 통계청에서도 농식품부에서도 생산비를 찾을 수가 없다. 논과 밭을 통째로 갈아엎어도 정부에서는 그게 얼마가 손해인지도 모른다. 그럼 지금의 가격이 그나마 괜찮은 가격이냐고 재배 농민들에게 물어보는 수 밖에 없다.

“배추의 경우 작년보다 수확량이 20%정도 줄었고 가격이 올해 20% 올랐으니 도찐개찐, 피장파장, 엉망진창이다” 연중 절임배추 사업을 하는 해남 농민의 말이다. 그는 정부가 원하는 6차산업역군이 되기 위해 실로 얼굴주름에 소금이 나올 정도로 고생하고 있다. 6차 산업은 농민들이 옛날보다 6배는 노력해야 그나마 먹고 살수 있다는 거다.

“생산비가 보장되는 농업을 하고 싶다” 단순하고 처절하다. 이익은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고 농사짓고 싶다는 것이다. 정부는 가격이 오르면 국민경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 개입하여 자라는 배추에 뿌릴 영양제까지 지원하지만 가격이 폭락하면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뒷짐을 진다.

이런 정부를 믿지 못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농산물 최저가격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전남에선 ‘전라남도 주요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을 위한 지원 조례’를 주민발의했다. 전남도민 1만8,518명이 서명했다. 근데 감감무소식이다. 2014년 12월 6일 도의회에 부의되었으나 의회에서는 도 집행부와 농민단체가 의견을 조율하라고 하고 도 집행부는 난데없이 농민단체간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고 한다. 있지도 않은 농민간 갈등을 조장하는 꼴이다.

농민들의 안은 조례안에 다 들어가 있다. 그럼 도 집행부는 집행부대로 의견을 내고, 의회는 의회 나름대로 의견을 내 조율하면 된다. 도의원간 간담회, 도의회 전문위원과 농수산위원간 간담회 등을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 농정국과 예산담당부서 등이 모여 T/F 팀을 구성했다는 말이 없다. 도 집행부, 의회 실무자, 농민단체 집행부가 참여하는 실무회의 등이 준비되고 있다고 들어 본적 없다.

이런식으로 할 거면서 도 집행부가 제출한 보고서에는 버젓이 2015년 3월 조례안 도의회 의결 예정이라 명기되어 있다. 조례를 거부할 생각이 아니라면 누더기로 만들어 조례의 핵심 정신을 무력화 시킬 생각이 아니라면 당장 행동으로 조례제정을 밀고 나가야 한다.

올 가을까지 넘기면 전남 농민은 긴긴 겨울을 남악도청에서 보내게 될지 모른다.

전남도와 전남도의회가 조례 제정에 대하여 지금 ‘전략적 침묵’ 모드인가는 모르겠으나 짐승소리와 같은 신음소리를 삼키며 전남농민의 삶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는 분들의 인내의 빗장이 점점 풀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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