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신뢰가 없는 이유

  • 입력 2015.02.13 14:30
  • 수정 2015.02.13 14:33
  •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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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희종 서울대 교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세간의 화제다. 여러 면에서 지적되었기에 새삼 언급하기도 그렇지만, 집권 초기인 2008년도 미국쇠고기 수입개방 사태 때부터 문제제기를 한 입장에서 이 회고록이 많이 팔리기를 기대해 본다. 한 나라 통치권자의 왜곡된 현실 인식과 자기착각의 대표적인 저서로 후대에 좋은 교육적 자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쇠고기 굴욕 타결’, ‘사대강 국토 파괴사업’, ‘세금 낭비 자원외교’ 등 많지만 모두 이명박씨에게는 소중했고 앞선 정권의 탓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노력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된 사업으로 자화자찬이 하늘을 찌른다. 외교 관례마저 무시한 책 내용을 접하면서 분명해지는 것은 이명박씨가 나치 정권에서 대표적 선동가였던 괴벨스의 가르침에 매우 충실한 추종자임을 말해준다. 특히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로 추궁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는 가르침을 집권 내내 실천했기 때문이다.

광우병과 관련된 미국쇠고기 굴욕 협상에 있어서도 이명박 정부 주장이 지금은 모두 허위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실로 믿는 이들이 많다. 일반인은 물론 간혹 새누리당 국회의원조차 공공연하게 당시 시민들이 거짓 정치 선동에 휘말렸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이들에게는 이명박씨의 이런 회고록도 의미를 지닐 것이다. 이들은 2008년도 시민들이 미국쇠고기 전면 개방에 대하여 촛불을 든 것을 비웃으면서 2015년 현재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보면 당시 시민들의 주장이 잘못된 것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당시 과학적이고 국제기준을 요구한 시민들의 요구 덕분으로 지금까지 한시적이기는 해도 30개월 미만의 미국쇠고기 수입이 유지되고 있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명박씨가 맺은 쇠고기 수입조건은 그 이후 한국 주변의 어느 나라도 따라 하지 않은 수입조건이었기에 이런 이명박 정부 행태로 인해 결국 한우를 비롯한 국내 쇠고기 산업조차 위축되었다. 당시 조중동이라는 주류 언론사까지 정부에 합세해 허위사실로 국민을 분열시켰고 당시 했던 대국민 약속마저 지키지 않은 것을 상기해 볼 때 그의 회고록은 정말 국민 앞에 낯뜨거운 사기극에 가깝다.

그런 면에서 정권이 바뀐 후 이명박 정권의 눈치를 보던 정부 부처들이 당시 주요 사업에 대하여 나름 객관적 평가를 하면서 해당 정부부처로서의 반성이 보인다. 자원외교에 대하여 산업자원부, 사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재평가 등에서 국민들은 정권에 의해 선동된 부분을 되돌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례없는 굴욕 협상조건을 미국의 선물이라고 까지 극찬했던 협상대표를 포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여전히 사과나 재평가를 회피하며 침묵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당시 정부 주장이 과학 기준이자 국제 기준이기에 주변국이 모두 한국처럼 수입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모두 WTO에 고소당해 큰 피해 입을 것이라고 했고, 국제적 관리대상 전염병인 광우병을 전염병이 아니라 전달병이란 신조어도 등장시키며, 요즘도 발생하는 광우병이 5년 내로 사라진다는 괴담마저 유포한 것이 정부였다. 농축산인의 입장을 살피고 대변해야 할 주무 부처가 다른 부처와 달리 당시 협상에 대하여 재평가가 없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이는 앞으로도 농축산인에 대한 정부 행태가 변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그렇게 권력에 아부하며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을 둔 탓에 여전히 정부가 FTA 등 다양한 정책을 아름다운 미사여구로 포장한다 해도 농민의, 국민의 신뢰는커녕 불신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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