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을 바꾸는 조합장 선거 ⑨> 아버지는 이사·어머니는 대의원·아들은 직원

“현 조합장 친정체제 뚫기 어렵다”
농민단체 후보자 간담회 추진 … 선관위 제지로 무산

  • 입력 2015.02.08 19:17
  • 수정 2015.02.08 21:1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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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1일, 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전국에서 열린다. 본지는 첫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에 관한 여러 쟁점을 종합한 기획을 준비했다. 격주로 게재되는 총 10회에 걸친 본 기획이 지역농협 개혁을 이끌 의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3.11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농협개혁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지만 막상 지역현장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현행 선거법에 막혀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후보 검증을 하려해도 선관위가 제지하고 자격이 의심되는 조합원들이 유입된 정황이 나와도 농협중앙회는 뒷짐만 지는 모습이다.

경남 함양군은 다가오는 조합장선거에서 총 7명의 조합장을 선출한다.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되는 19명 중 6명이 조합 직원 출신이다. 상대적으로 일반 조합원들의 조합장 도전은 찾기 힘든 분위기다.

지역 농민단체들이 앞장서 조합장 후보들에 대한 검증에 나서고자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박한국 함양군농민회 회장은 “지역 농민단체들과 함께 후보자 간담회를 진행하려 했지만 함양군선관위가 막았다”며 현행 선거법 테두리에선 농민들이 능동적으로 선거에 대응하기 어려운 점을 안타까워했다.

함양산청축협, 합병 후폭풍
“축산농가 무시해도 조합장 당선”

함양산청축협은 지난 2012년 함양축협이 적자운영으로 합병권고를 받은 산청축협을 흡수합병해 탄생한 조합이다. 박종천 전국한우협회 함양군지부장은 “총 269억원 규모의 무이자 자금을 얻어 그 이자수익으로 지금까지 잔치를 했지만 이 중 190억원 지원이 지난해 종료되며 이제부터가 문제”라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합병 당시 조합원들이 내용을 제대로 알고 찬성한 게 아니다”라며 “올해부터 경영이 잘 될지 걱정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합병 뒤 지난 2년도 순탄치 않았다. 본소 이전, 산청지점 축소 문제를 놓고 양 지역 임원들 간 갈등이 깊어졌다. 현재 사실상 출마의지를 굳힌 3명 중 2명이 함양 출신이어서 “산청에 조합장주려 합병한 건 아닌데 누구 좋은 일 시키나”란 얘기도 돌고 있다.

지역축협이 고질적으로 겪는 무자격 조합원 문제도 남아있다. 박 지부장은 “조합원 실태조사로 무자격 조합원을 많이 정리했지만 지금도 더 정리해야 한다”며 “지역 축산농가를 무시해도 조합장 되는데 상관없는 상황은 여전하다”고 개탄했다. 김경준 함양군지부 사무국장도 “조합원 뜻대로 조합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조합장 선거로 축산농가들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마천농협, 정관 위배 9년 동안 몰라
현 조합장 연거푸 무투표 당선

마천농협은 최근 두 번의 선거에서 현 강신오 조합장이 무투표로 당선됐지만 이번엔 4명의 후보가 조합장 선거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9년 만에 정관에 명시한 임원의 결격사유 내용을 바로 잡으며 조합장 출마기준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 마천농협은 9년 만에 농식품부 장관이 고시한 정관례를 위배한 임원 결격사유를 바로잡았다. 지난 조합장선거에서 현 조합장이 연거푸 무투표 당선됐지만 이번 선거에선 4자 구도가 점쳐진다.

마천농협은 지난 2005년 정관을 개정하면서 상임 조합장은 여타 임원과 별도로 결격사유 기준을 추가했다. 이로서 600좌(300만원 상당) 이상이던 출자좌수 기준은 조합장만 별도로 1,000좌(500만원 상당)까지 올랐다. 이밖에 경제사업 이용금액, 신용사업 이용금액 등의 기준도 상임조합장만 별도의 기준이 차례로 마련됐다.

이같은 정관에 의문을 품은 조합장선거 후보 중 한 명이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에 정관이 농식품부 장관이 고시한 정관례에 맞게 규정됐는지 질의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역농협 정관이 장관이 고시한 정관례와 다르면 장관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마천농협은 받지 않았다”며 마천농협 정관 54조(임원의 선출)와 56조(임원의 결격사유)는 “정관례에 위배되는 사항이며 효력이 없다”고 답했다.

농식품부에 이 문제를 질의했던 이 후보는 “진작에 정관을 봤어야 했다”며 “현 조합장은 지금까지 ‘무허가 조합장’을 한 셈”이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후보는 “이·감사 및 대의원 선거도 대부분 무투표”라며 “한 대의원은 지난해 12월 대의원총회에 참석하니 이름이 명단에 없었다. 본인도 모르는 새 대의원이 바뀌었더라”고 지역 상황을 전했다.

마천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현 조합장 친정체제가 단단히 구축돼 3명이 모두 뭉쳐도 당선이 쉽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 후보는 “현재 이사 6명 중 자녀가 농협 직원인 사람이 4명”이라며 “모 이사는 부인이 대의원이고 아들은 직원이다. 또다른 이사는 딸이 직원이고 사위가 대의원”이라고 귀띔했다.

정관 위배하면까지 조합원 안 받는데
한편엔 영농사실 의심 관외 조합원 수두룩

마천농협은 조합원 가입 신청자들에게도 정관이 정한 출자좌수 이상을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역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한 지역농민은 “조합원으로 가입하려면 수백만원의 돈을 갖고 오라고 하더라”며 기막혀 했다. 김향근 마천농협 팀장은 “정관상 60좌(30만원 상당) 이상 출자하면 조합원 가입을 할 수 있지만 그 이상 받지 말라고 명시된 것도 아니다”라며 “자기자본금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조합원 평균 출자좌수 수준인 250만원 가량을 신규조합원에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농협들도 나름의 규정이 다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위장전입하거나 영농사실 확인이 어려운 관외 거주 조합원이 늘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 조합장선거 후보 출마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고 12명의 조합원이 같은 주소를 쓰는 사례도 있다. 한 마천농협 이사 주소엔 10명의 조합원이 등록돼 있었다.

이 후보는 “마천면에 거주하지 않는 조합원도 330여명이나 되더라”며 “이들이 다 무자격 조합원은 아니겠지만 총 조합원 수가 1,500여명이니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우려를 전했다. 그러면서 “농협중앙회에 감사를 요구했는데 마천농협에 미비점을 보완하란 공문만 보내더라”며 “한 통 속 아니냐”고 탄식했다.

전용호 농협 경남지역본부 차장은 “마천농협에 조합원 자격문제를 다시 확인해 정리하라고 지도해 지난해 100여명 넘게 정리했다”면서 “현 제도에선 조합원 실태조사는 개별 조합에서 할 수 밖에 없으며 농협중앙회에겐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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