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월동채소 파동 우려, 농민·지자체 선제적 대응 나서

양배추 수확 전 폐기 … 무·당근 비상품 출하 근절

  • 입력 2014.11.16 12:04
  • 수정 2014.11.16 12:28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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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제주도청 4층 대강당에서 열린 FTA범도민특별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제주지사는 양배추 300ha를 선제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주도청 제공>

2년 연속 제주도 월동채소 가격 폭락 파동이 우려되는 가운데, 생산자와 지자체가 자구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주목해야 할 품목은 양배추다. 제주도는 지난 11일 FTA범도민특별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배추 300ha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폐기된 밭에는 대체작물로 보리가 심길 예정이다.

현재 제주도의 공식적인 양배추 재배면적은 580만평, 비공식적으로는 600만평이 넘는다. 하지만 양배추 적정 재배면적은 400~420만평 정도로 재배면적이 포화에 이른 상태다. 이런 이유로 전농 제주도연맹은 이전부터 곡류를 재배해 작물을 분산시켜야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올해 유례없는 풍작까지 들자, 지난달 제주도청은 보리를 대체작물로 심고 농약대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농가로부터 양배추 폐기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신청자가 많지 않았다. 김창준 제주도연맹 부의장은 “마을에 신청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폐기 지원금도 없었고 당시엔 양배추 밭떼기 가격이 평당 3,000원으로 지금보다는 나았기 때문”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지난번처럼 가격 폭락 사태를 맞을 것 같아 도의회와 함께 제대로 된 폐기 지원을 요구했다”고 정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같은 요구에 제주도는 폐기지원금 평당 2,500원을 잠정적으로 결정하고 300ha를 선제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발표했다. 폐기지원금은 도와 농협이 함께 부담한다는 방침이다.

양배추 폐기는 이번 달 안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폐기한 밭에 대체작물로 보리를 심어야 하는데, 보리 파종은 11월을 넘어가선 안 되기 때문이다. 제주도 농정과 관계자는 “이번 주 내로 폐기 신청을 받고 즉시 실행에 들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보리는 농가와 맥주회사 간 계약재배 형태로 재배된다. 제주도가 농가로부터 40kg 한 가마를 5만원에 사들여 맥주회사에 납품하기로 한 것. 농정과 관계자는 “최대 보리 재배면적으로 예상되는 1,500ha를 기준으로 예산 11억5,000만원을 내년에 책정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대체작물로 보리가 거론된 것은 몇 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제대로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되는 월동채소 대란에 대안책이 시급해지자 제주도는 보리를 대체작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보리는 양배추보다 생산 단가가 적고 2모작이 가능해 월동채소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근·무 비상품출하 근절 움직임

당근과 무의 경우, 생산자들이 합심해 비상품을 출하하지 않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우리나라 당근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제주시 구좌읍의 농민들은 지난 14일 구좌읍사무소 광장에서 ‘제주당근 저급품 유통 근절 결의대회’를 가지고 자율 폐기 실천에 돌입했다. 또 앞으로 생산자협의회를 구성하고 정부에 빠른 시장격리를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구좌읍에서 당근을 재배하는 고광덕씨는 “당근은 최저가격보장제도에 포함된 품목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보면서 농식품부에 시장격리를 조기에 집행할 수 있도록 요청하려 한다”며 “생산자들의 의견을 취합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하는데 농협은 한계가 있어 생산자협의회를 구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구좌농협도 농민들의 자율 폐기를 바탕으로 비상품 당근을 주스 등의 가공용으로 처리하는 한편 세척당근 확대, 조기 분산 출하 유도, 도매시장 정가·수의매매 확대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무 생산 농민 역시 비상품 출하 근절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방향을 논의 중이다. 현호성 성산읍농민회장은 “비상품은 전체 생산량의 15~20%정도를 차지하고 보통 가공용으로 나가는데, 이를 밭에서 쳐내면 물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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