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전면개방은 밭작물 가격폭락 몰고 온다

[전문가 간담회] 쌀 전면개방, 문제점과 대책은 무엇인가
513% 확정돼도 쌀수입 ‘가능’ … 쌀관세화 특별법, 최소한의 방어선

  • 입력 2014.11.07 17:16
  • 수정 2014.11.08 23:38
  • 기자명 원재정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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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먹거리안전과 식량주권을 위한 전문가포럼 주관, 유성엽·신정훈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오병윤 의원(통합진보당) 공동주최로 ‘쌀 전면개방의 문제점과 대책은 무엇인가’ 전문가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주최 :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의원·신정훈 의원,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
주관 :
먹거리안전과 식량주권을 위한 전문가 포럼

 513%의 고율관세는 국내 쌀시장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 쌀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쌀 수출국들의 반발로 정부안 513%가 관철되기 어렵지 않겠냐는 예측도 우려되는 지점이지만, 설령 513%라는 고율관세가 확정됐다하더라도, 쌀수입 가능성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주장은 가히 충격이다. 또한 쌀 전면개방은 논농사의 축소, 밭농사의 쏠림과 가격폭락이라는 연쇄 효과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결과도 나온다.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쌀 전면개방의 문제점과 대책은 무엇인가’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안일한 입장을 전면 뒤집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의원과 신정훈 의원,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 또한 쌀문제를 식량주권 문제로 인식하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이날 간담회를 지상중계한다.
 

“관세 300% 이하면 수입쌀 봇물”

주제발표1 / 쌀 개방의 문제점과 대책

장경호 부소장(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 장경호 녀름 부소장
내년 1월 1일부터 관세만 물면 누구나 쌀을 수입할 수 있다. 관세화 이후 국내산 쌀의 보호장치는 ‘관세율 513%’이다. 정부는 관세율 513%면 충분히 국내 쌀시장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FTA, TPP 등 다양한 자유무역협정 속에 관세율은 언제든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쌀 관세율이 얼마나 떨어지면 쌀수입이 가능한지, 그 가능성을 먼저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밥쌀용 쌀 수출국은 미국과 중국이다. 두 나라의 평균 쌀가격을 국제환율의 평균치인 1,032원을 기준으로 분석해 봤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쌀 가격이 17만5,000원(80kg 한가마)일 때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2,120달러. 미국산 평균가격과의 최대가격차는 2,579달러, 최소가격차는 1,977달러. 이 가격차이를 관세율로 바꿔보면, 최대가격차이를 기준으로 308%다. 중국산과의 최대가격차이는 313%.

다시말해, 300% 이하로 관세율이 떨어지면 미국·중국쌀의 수입 가능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200% 이하면 쌀수입은 대폭 증가한다. 수입쌀보다 국내쌀값이 더 비싸게 된다는 뜻이다.

이를 봤을 때, 관세율은 국내 쌀보호의 중요한 장치이기는 하나 관세화 전면개방 이후, 얼마나 오래 고율관세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핵심과제가 돼야 한다. 정부의 의지만 가지고는 어림없다. 법과 제도가 필요할 뿐이다. 일부에서는 국회비준을 활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협상을 다 끝낸 뒤 사후에 국회가 승인을 하는 현행 방식은 한계가 너무 많다. 쌀이 중요한 품목이라도 서비스, 투자 등 다양한 사안이 담긴 협정문 속에 쌀 한 가지만 가지고 국회 비준을 거부한다는 것은 사실상, 기만적 언술에 불과한 것 아닌가.

또 MMA 밥쌀용 쌀 30% 의무비중 철폐, MMA 용도규정 삭제 등이 상대국 검정과정에서 끝까지 관철될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한다.

아울러, 관세화 전환 이후에도 MMA 물량을 지속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을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국가들과 연대해 문제제기 해야 한다.

 

“쌀개방, 밭작물 가격 폭락으로 귀결 ”

주제발표2 /쌀 시장개방, 국내 농업의 예상피해

양성범 교수(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 양성범 교수
내년부터 쌀이 관세화 전면개방되면, 국내 쌀시장은 당연히 위축된다. 쌀 재배면적이 축소되고, 농민들은 다른 돌파구를 찾게 되며, 상당수가 밭작물로 전환할 것이다. 이는 생산증가와 밭작물 가격 폭락이라는 연쇄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쌀 시장개방은 쌀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농업 전반에 치명적 영향을 주게 된다.

그렇다면, 생산면적이 증가할 때 밭작물 가격은 얼마나 떨어지는 것일까 분석해 봤다. 분석대상은 ▲과채류(오이, 호박, 참외, 수박, 토마토, 딸기) ▲엽채류(배추, 시금치, 상추) ▲조미채소(고추, 마늘, 파, 양파, 생강)를 기준으로 생산면적이 현재보다 1%, 3%, 5% 증가했을 경우 각각의 가격 변화율을 따져봤다. 대표적으로 토마토의 경우, 1% 생산면적이 증가하면 가격은 2.5~2.7% 떨어진다. 3% 증가하면 7.6%~8.1%, 5% 증가하면 12.7~13.5%가 각각 하락한다.

이를 매출액으로 변화시켜 분석하면, 토마토는 1% 면적이 증가할 때 최소 185억원에서 200억원 감소, 3% 증가하면 572억원에서 630억원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채소류의 경우 1% 면적이 늘어나면 1,900억원에서 3,500억원의 매출액이 감소한다는 결과다.

쌀시장 개방을 한다고, 쌀농업 대책만 세울 게 아니다. 작물생산변화를 예측하고, 정확한 피해액 산출과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논농업 생산자들을 대상으로, 작목전환 등의 의향조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

정부자료는 생산량을 기준으로 한다. 생산이 얼마고, 출하가 얼마고. 하지만 소비자가격을 간과하고 있는데 맹점이 있다. 보다 정교한 논의를 하려면 소비지에서 나오는 데이터 자료의 분석이 필요하다. 아울러 밭농업직불제 등 국내 농업대책의 보완도 역점을 둬야 한다. 논 농사 대책만 말하다 보면, 밭농업직불금 ha당 40만원도 개선여지가 없다. 또, 가격 위험관리에 대한 제도, 방법 개발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농산물은 가격 변동이 크다”고 인정만 할 건가. 거듭 당부하건데, 쌀개방을 쌀문제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한국 농업의 파급효과까지 전방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쌀 개방과 한-중 FTA, 농업 붕괴 시간문제”

좌장/ 윤석원 교수 중앙대학교

▲ 윤석원 교수
오늘 전문가 좌담회는 굉장히 의미 있는 수치와 진단이 나왔다. 513%가 결코 안전망이 아니라는 점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정부와 관변 학자들은 평균개념을 가지고 쌀수입 문제를 설명하려 하지 마라. 소비자 쌀 가격만 하더라도 다양한 분포를 보이지 않나. 대형마트 80kg 쌀 한가마에 26만원이 평균이지만, 최고가 46만원대도 존재하는 현실을 망각하면서, 국내 산지가격 17만4,000원만 가지고 전면개방해도 쌀수입 안 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대책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국회 또한 국민을 대신해서 역할 분명히 해야 한다. 쌀개방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앞으로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늘 발제를 보면, 쌀개방에 따른 작목전환이 밭농업까지 붕괴시킬 우려가 있는데, 설상가상 한-중 FTA 피해를 고려한다면, 쌀농가의 이농 문제가 아니라, 우리 농업의 폐농까지 몰고 올 파장이 있다는 점 분명히 각인시켜야 한다.

 

“쌀 관세화 특별법, 시급하다”

지정토론1/ 임영환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 임영환 변호사
쌀 관세화 개방을 결정하는 과정의 정부 행태를 봐 온 우리의 결론은, 관세화 이후 정부의 입만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쌀 관세 결정에 관한 특별법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차원에서 주장하는 것이고,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쌀관세화는 통상문제로, 관세화 할 경우 국회에 보고하고 관세율을 법으로 보장하라는 것이다. 또 통상조약을 체결할 때 국회 사전동의 절차를 거치라는 것이다. 현행 사후동의는 한계가 너무 많다.

현재 관세율 결정을 비롯한 주요 협상내용, 계획과 진행상황을 국회에 정확한 내용을 수시로 보고해야만 한다. 쌀개방 문제처럼 정부 내부에서 관세율을 정하고, 이 부분을 WTO에 통보한 상황인데, 최소한 국민을 대표한 국회에 공개하자는 것이다.

또 통상협상 중 내용을 변경할 경우, 정부 서명 이전에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한다.

현재 정부는 특별법이 많은데 쌀에 대한 특별법을 또 제정할 필요가 있는지 반문한다. 쌀은 주식이다. 쌀에 관한 특별법은 어떤 특별법 보다 중요하다. 특별법이 항구적이지는 않지만, 법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차선책이 아닐까 한다.

 

“쌀 전면개방, 투쟁은 지금부터”

지정토론2/ 이효신 부의장 전국농민회총연맹

▲ 이효신 부의장
오늘 전문가들의 다양한 논의가 농민을 대변하고 농민적 의견수렴의 장이 될 것으로 믿는다. 현재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농식품부가 만든 ‘쌀산업발전협의회’를 통해 해법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중이다. WTO에 관세율 통보했다고 쌀개방 반대 투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쌀 관세화 특별법이 제정돼야 하고, 야당이 관세화 문제를 당론으로 받아야 한다. 두 번째는 농정의 주체는 농민이라는 점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내년도 예산 심의 중에 있는데, 농식품부 의지가 안 보이는 상황이다.

쌀대책을 세운다면서, 농식품부는 국가 예산 증가율에도 못 미치는 2.8% 수준에서 예산을 늘렸을 뿐이고, 그마저도 중요한 예산은 빠져있다. 쌀농가 대책이라곤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중소농이 대부분인데 들녘별경영체 확산 등 소수 농가에만 특혜가 가는 대책은 문제가 크다. 158개 들녘경영체를 600개로 늘리고, 이들에게 국내생산량의 40%를 맡기겠다는 계획은 가능치도 않고, 나머지 60% 농민은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쌀대책 중 유일하게 동의하는 것 하나가 ‘혼합미 금지’다. 국내쌀과 수입쌀 혼합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신곡과 구곡의 혼합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수입쌀 도입가격+유통마진 = 513% 무용지물”

지정토론3/ 김호 교수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 김호 교수
정부는 산지 쌀가격과 수입쌀의 도입가격만 가지고 513% 관세율을 안전하게 내다보는데, 부정확한 가격기준이며, 기만적이다.

우선 국내산지 쌀가격이 아닌 소비자 가격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통상적인 유통마진 20.8%를 수입쌀 도입가격에 대입해 보면, 513% 관세를 부과해도 수입쌀은 충분히 들어온다.

또 혼합미 문제도 큰 함정이 된다. MMA 저율관세 5% 수입쌀과 일반관세 513% 수입쌀을 섞어 팔면, 250~260%로 관세가 떨어지는 효과가 있어 가격 경쟁력 충분하다.

미국 바이어들의 공격적 마케팅, 예를들면 초기 시장침투가격을 최대한 적용해 초반에 손해를 보더라도 소비자 확보에 사활을 걸면 이후는 걷잡을 수 없다.

정부가 특별긴급관세(SSG)를 안전망으로 생각하지만, 이 또한 완전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

SSG 발동요건이 과거 3년 평균 수입량보다 5% 이상 수입될 때인데, TRQ 물량과 쌀소비 감소분을 감안해 보면, 수입쌀이 차지하는 비율 15% 이상이돼야 발동조건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SSG발동상황이 되면, 이미 그 이전에 국내 쌀가격이 폭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DDA 협상이 우리나라가 선진국 자격으로 타결되면, 5년간 46.7%를 감축해야 하므로, 513% 관세는 274%로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정부는 낙관적인 관점의 일방적 전망을 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모든 비관적 상황에 대비해 제도적 정책적 수단을 마련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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