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업지키기 대장정 - 현장을 가다

대장정단, 소비자에게 식량주권 사수 호소, 소비자들, 혼합미 문제에 식량주권 위협 느껴

  • 입력 2014.11.07 13:08
  • 수정 2014.11.08 23:48
  • 기자명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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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출근길에 받아든 ‘쌀개방 반대’ 전단지를 읽고 있다.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식량주권 범국본)’는 우리농업지키기 대장정을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했다. 많은 국민들에게 우리 쌀이 처한 위기를 알려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쌀 문제를 알리기 위해 시작된 대장정은 벌써 7일째. 대장정 단원들은 그동안 전남, 전북, 경남의 지역별 주요 공장 앞 선전전과 시민단체 간담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우리 쌀을 지키는 것이 곧 식량주권 사수임을 시민들에게 호소하며 쌀 전면개방 반대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주식이자 문화이자 주권인 쌀을 정부는 일방적으로 개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 쌀을 지키는 데 현대자동차 노동자분들이 앞장서 주십시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주차장 입구에선 공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이야기가 들려왔다. 오후 2시반 교대하는 노동자들이 속속 공장 입구로 모여들기 시작하는 가운데, 대장정 단원들은 ‘쌀개방반대’가 적힌 노란 조끼를 입고 선전전을 펼쳤다.

▲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지난 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서 퇴근하는 노동자들에게 쌀 전면개방 반대 전단지를 건네고 있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과 강다복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전단지를 한 움큼 쥐고 “쌀을 함께 지킵시다” 외치며 전단지를 바쁘게 전달했다. 지나가는 자전거도 붙잡아 기어코 한 장씩 손에 쥐어줬다. 쌀 개방을 막고자 하는 절박한 심정과 상황을 한 사람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서다.

강다복 회장은 선전전이 끝나고도 아쉬움이 남아 공장을 향해서 쌀을 지키자고 한 번 더 호소했다.

“정부는 관세율 513% 지킨다 하지만 언제 FTA와 TPP로 관세가 무너질지 모릅니다. 쌀은 우리의 주권이요 생명입니다.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서 농민, 농업을 지키는데 동참해주십시오!”

▲ 강다복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이 지난 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서 쌀과 우리 농민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1시간가량 선전전이 끝나고 민주노총 현대자동차지부와의 간담회를 열고자 민주노총 사무실로 이동했다. 간담회에는 노조의 수석부지부장과 조직부장이 참석했다.

대장정단은 정부가 농민과 국민의 합의와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쌀 개방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관세율 보호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관세율 513%로 쌀을 보호할 수 있는 것 마냥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리고 95%의 수입쌀이 섞인 쌀이 국내산으로 둔갑한 혼합미 문제도 잊지 않고 전했다.

특히 혼합미 문제에 대해 홍성봉 부지부장은 “우리 식단 메뉴판에 식재료 원산지를 기재하게 돼있습니다. 당연히 국내산인 줄 알았는데….”하며 적잖게 놀라는 눈치였다. 이에 신지연 전여농 사무국장은 공장 내 급식에 쓰이는 쌀도 혼합미일 가능성이 높다며 원산지 확인과 가까운 지역과 직거래를 실시해 식량주권 지킴이 활동에 동참해주길 당부했다.

김영호 의장은 선전전을 통해 특히 보람을 느끼는 것은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라고 말했다. 혼합미 문제를 아는 순간 소비자들은 쌀 문제를 내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혼합미 문제를 알고 나면 쌀 시장 전면개방 문제를 풀어내기가 쉽더라고. 그동안 소비자들이 식량 문제를 주체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는데 아이쿱생협, 한살림 같은 소비자 조직이 앞장서서 식량주권을 외치는 거 보면 식량주권을 사수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오후 5시에 진행한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는 울산 전교조, 진보연대, 민주노총, 울산청년회, 울산시민아이쿱생협 등 다양한 지역 시민단체가 참가했다. 이들은 실제로 쌀 문제를 어떻게 알리고 실천해야 하는지 궁금해 했다.

특히 식량주권과 같은 당위성 차원이 아닌 환경문제나 건강문제 등 소비자가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방안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장정 단원들은 비소가 함유된 미국쌀을 알리는 것과 함께 우리가 더욱 고민해 볼 부분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가자들의 질문 세례에 6시까지였던 간담회는 예정된 시각을 넘겨서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대장정단은 식량주권 범국본 중앙본부에 비해 지역적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며 시민단체에 지역 범국본을 꾸려 쌀 문제에 함께 대응하자고 요청했다.

▲ 우리농업지키기 대장정 단원들은 지난 3일 울산 전교조, 진보연대, 민주노총, 울산청년회, 울산여성회, 울산시민아이쿱생협 등 울산 지역 시민단체들과 식량주권 지킴이 활동을 함께 하기 위해 간담회를 가졌다.

강 회장은 이번 대장정을 통해 “노동자들이 농업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소비자들도 생산자와 함께 가지 않으면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데, 시민단체와의 간담회를 통해서 모범적으로 잘 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안도했다.

다음날 새벽 5시 반, 대장정단은 피곤을 미처 풀지도 못한 채 울산 현대중공업 공장 출근 선전전에 나섰다. 공장 입구에서 쌀전면개방반대 피켓이 설치되고 공장 앞 사거리 길목에서 각자 자리를 잡고 전단지를 꺼내들어 노동자들에게 전해줬다. 1,000부가 금세 동이 났다.

선전전을 끝으로 경남지역의 대장정 일정이 끝이 나자 이들은 포항으로 이동했다. 경북지역을 거쳐 충남, 충북, 강원 지역을 돌아 20일 농민대회에서 5만 명의 도시 소비자가 모일 때까지 우리농업지키기 대장정은 쉴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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