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보장가격 현실화·직거래로 대안 모색해야

  • 입력 2014.11.02 17:06
  • 수정 2014.11.04 15:51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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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 폭락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뚜렷한 대안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에서 농사를 짓는 당사자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문제점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보기 위해 김영동 전 해남군농민회장, 곽길성 진도군농민회장과 함께 좌담을 나눴다. <정리=안혜연 기자, 사진=한승호 기자>

○ 좌담자
김영동 (55, 전 해남군농민회장)
곽길성 (54, 진도군농민회장)

○ 사회자
심증식 한국농정신문 편집국장

심증식: 무슨 농사를 짓고 있나. 우선 자기 소개부터 해 달라.

김영동: 해남군 산이면에서 농사를 30년 넘게 지었다. 올해는 벼 2만평, 배추 1만1,000평 그리고 잡곡을 조금 심었다. 평소에는 배추 7,000평 정도를 재배해 절임배추로 직거래를 한다.

곽길성: 진도군 지산면에서 농사 지은지 올해로 28년째다. 올해 대파 5,000평, 월동배추 7,000평, 봄동배추 5,000평 그리고 벼 5,000평을 농사지었다.

: 지난해 양파 값이 좋지 않은 탓도 있었고 농협이 20kg망당 5,500원에 계약하자고 하는 통에 양파를 심지 않고 배추를 더 많이 심었다. 망당 5,500원은 말도 안 된다. 생산비나 인건비를 고려했을 때 최소 망당 1만원 이상은 나와야 한다.

올해처럼 상인이 안 보인적은 처음

: 산지에서 밭떼기 거래가 안 될 정도라고 하는데 현지 상황은 어떤가.

▲ 김영동 전 해남군농민회장은 “농협이 다품종 소량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예산으로 농협을 지원하고 농협이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직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 심각하다. 상인들이 아예 발길을 끊었다. 배추 심으면서 상인이라고는 한 사람도 못 봤다. 통상적으로 중간수집상들이 강원도 고랭지배추부터 충청도를 거쳐 해남으로 넘어온다. 근데 고랭지배추부터 시세가 떨어지다 보니 물량도 계속 밀렸다. 상인들 말로는 강원도에서 내려올 차비가 없다더라. 계약을 해 놓고도 오지 않는다. 답답한 상황이다. 직거래를 하는 사람이면 그나마 나은데 그렇지 않은 농가나 주산지 농협은 올해 결산하기 어려울 거다.

: 배추 밭떼기 계약을 한지 두 달이 다 됐는데도 상인이 포기하고 찾아오지 않는다. 중도금을 받기로 했는데 종자 값만 받았다. 나뿐만 아니라 진도, 해남 농민들 모두 마찬가지다. 대파는 아예 계약 자체도 안 된다. 지금까지 농사지으면서 올해처럼 상인이 안 보인 적은 처음이다. 조금이라도 시세 전망이 있으면 상인들이 빚을 내서라도 찾아올 텐데…. 이러면 농협, 농약사, 지역 상권 모두 힘들어 진다.

: 이번에 농식품부에서 배추 10만톤을 시장 격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전 같으면 이 정도 대책을 내 놓으면 그래도 상인들이 찾아왔는데 전혀 발길이 없다. 배추 밭떼기가 평당 4,000원이란 얘기도 들리는데 딱 생산비 수준이다. 생산비 수준이라도 갈아엎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이 가격에 계약하는 사람도 있다.

최저보장가격 높여야

: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농협의 반응은 어떤가.

: 정부 농안기금을 받아 농협이 계약재배 사업을 하는데, 농협이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이 없다. 해남은 전국 겨울배추 공급량 중 70%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농협이 해야 할 역할은 엄청나게 많다. 계약재배 물량이 30~40%는 돼야 한다. 과거에는 농협이 농가와 계약을 하면 김치공장 같은 곳과 계약해 직접 납품했는데 지금은 수집상들에게 그냥 뿌려버린다. 수수료만 받고 편하게 물건을 넘기는 상황이다.

▲ 곽길성 진도군농민회장은 “최저보장가격에 생산비 개념을 반영해 실질적인 계약재배 면적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늘어난 계약재배 물량으로 수급조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정부가 농협 계약재배 물량에 한해 대파 가격이 최악 수준으로 폭락하면 최저보장가격인 평당 3,820원을 지급하고 폐기를 한다. 그런데 최저보장가격이 생산비 개념이 아니다보니 농민들의 계약재배 참여가 적다. 그래서 농협과 군에 평당 최소 5,000원은 보장받을 수 있도록 건의를 했다. 건의 내용은 최저보장가격 평당 3,820원에 농안기금 1,500원을 더해 농민에게는 최소한 5,000원을 보장하고 나머지 200~300원은 농협이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면 농민들의 계약재배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현재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농협에 계약재배물량을 7~8%에서 30%까지 늘릴 것을 요구 중이다.

: 배추도 최저 생산비가 보장돼야 한다. 처음 최저보장가격을 지정할 때는 그래도 농림부와 씨름하면서 공방을 벌여 나름대로 생산비가 반영됐다. 그런데 지금은 가격 인상이 거의 안 돼 상황이 달라졌다. 오히려 정부가 시장 격리하겠다, 산지 폐기한다 하면 농가는 내가 걸리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농협이나 지자체가 일정한 역할을 해서 최저생산비가 보장되는 선에서 산지폐기 하면 모르겠지만 지금 기준으로 폐기 할 농가가 어디에 있나.

: 산지폐기를 한다면 효과는 있나.

: 엄밀히 말해선 폐기가 아니다. 왜냐하면 산지폐기는 정상품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것을 말하는데 폐기되는 것을 보면 정상품이 거의 없다. 주로 하품이다. 농가 입장은 또 이해가 된다. 최소한 생산비가 반영되는 가격으로 폐기하면 할 수 있는데 아니니까. 폐기 시점도 문제다. 가락시장 가격을 근거로 정하니까 이미 늦는 거다. 전체적인 생산량과 단수가 예측되면 범위 내에서 신속하게 처리를 하고 가야 산지에 도움이 된다.

: 이를 위해 농안법 개정이 필요하다. 최저보장가격에 생산비 개념을 반영하고 실질적인 계약재배 면적을 확대시켜야 한다. 그리고 늘어난 계약재배 물량으로 수급조절 하게끔 해야 한다.

: 눈에 보이면 폐기가 아니다. 상인이 움직이려면 배추 자체가 눈에서 보여선 안 된다. 그런데 농식품부는 시장으로부터 격리하고 한파가 와서 배추가 망가지면 나중에 폭등한 채소 가격에 대해 감당할 수 없다 한다. 하지만 최소 단수가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그 단수 범위 안에서라도 시장 격리를 해야 한다.

농산물 가격 폭락, 수입이 주범

: 농산물 가격폭락의 제일 큰 원인이 뭐라고 보는가.

: 정부에서는 생산과잉이라고 얘기 하겠지만 문제는 수입이다. 재배면적은 정해져 있는데 가격이 폭락한다는 것은 수요, 공급 문제도 있지만 수입물량 탓이 크다. aT 같은 경우 수급조절 기능을 우선시해야 하는데 가격 오르면 수입해 와 시장에 풀기 바쁘다. 부족한 물량이 있으면 그 부분만 수입해야 하는데 국내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도 수입을 한다. 만성적인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 기관이 올바른 인식을 갖는 수밖에 없다.

: 대파도 수입 영향이 크다. 진도 대파 생산량이 5만톤인데 수입량만 7만톤이다. 수입은 주로 스프용으로 들어오는 건조 혹은 냉동대파다.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신선대파 가격은 관세 29%와 가락시장의 유통비용까지 붙으면 kg에 1,050원 정도다. 만약 우리나라 대파 가격이 1,050원만 넘으면 더 싼 중국산 대파가 막 들어오는 거다. 중국 산동성에서 가락시장까지 오는 데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러니 우리나라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날 수 없다. 채소 작물에 한계가 왔다. 경기도 계속 안 좋다 보니 요식업체에서는 수입산 농산물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 예전에 밀이나 보리 등의 잡곡을 심었던 자리에 채소를 심다 보니까 가격 폭락이 심화되는 측면이 있다. 잡곡을 다시 복원하면 공급 과잉도 해결하고 수입을 대체하는 기능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 현재 밀 자급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채소, 과일 재배가 늘어난 것은 밀이나 콩 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복원 사업을 해야 한다. 문제는 소득이 안 맞는다는 거다. 이 부분은 직불금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또 소비자들이 비싼 국내산 밀을 사기에는 부담되므로 소비자 정가제를 조례 내용에 담고자 한다. 현재 군수가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공약을 했고 곧 주민 발의에 들어간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곡물 자급률을 높이면서 대체 작물 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온라인 통한 유통 다변화 필요

: 채소값 폭락의 대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 밀이나 콩이 완전히 대기업 손에 넘어가 버렸는데 채소도 그렇게 될 위험이 있다. 농협이 소비지까지 다가갈 수 있는 상설 직거래 매장을 개장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농협이 감당을 못하는 것이 문제다. 만약 지역농협이 이를 감당할 수 있어서 수도권 지역에 매장을 개장해 도·소매 기능을 담당한다면 얼마나 경쟁력 있겠나. 예전에도 농협별로 서울에서 직판장을 운영했는데 분산적이어서 효과가 좋지 않았다. 가락시장 같은 한 곳에 모아야 한다. 그래서 산지 물품이 농협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게 해 소비 기준 가격을 대폭 낮추도록 해야 한다.

: 농산물 가격 결정은 중앙정부 역할이 제일 크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제 몫을 못하고 있을 때 우리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현재 소비자들 소비 패턴이 상당히 의미 있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온·오프라인을 통한 유통의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농협 직판장은 소비자가 직접 와서 사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한다는 건 천만의 말씀 이다. 농협이 제 역할을 확실히 하려고 한다면 다품종 소량 생산 시스템을 책임지고 만들어야 한다. 이건 정부가 못 한다. 정부는 예산을 통해 농협을 지원하고 농협은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온라인 판매 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제 내가 절임배추를 온라인으로 판매 해보니까 불과 몇 년 사이에 거래 물량이 당초 계획 500박스에서 7,000박스가 됐다. 거래하는 소비자만 2,000명이다. 개인도 그렇게 하는데 농협이 최소한 그 정도 역할을 하면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지 않겠나. 근데 아무리 얘기를 해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 온라인 유통이 가능한 품목들은 충분히 확대가 가능하다. 진도 검정쌀 같은 경우도 온라인 판매가 굉장히 활성화 돼있다. 이걸 개인 업체가 하도록 농협이 방치하고 있다. 배추나 대파는 소비자하고 직접 직거래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 품목에 따라 온라인 유통을 활성화시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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