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을 바꾸는 조합장 선거 ①> 축협 조합원 실태조사, 곳곳서 부실 진행

무자격 조합원 정리 목적 부합 못해 … “농협중앙회 나서야”
축산업 현실 고려, 축협 설립인가기준 완화 등 대책 필요

  • 입력 2014.10.12 19:37
  • 수정 2014.10.15 21:5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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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1일, 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전국 1,360곳(농·축협 1,149곳, 산림조합 129곳, 수협 82곳)에서 열린다. 본지는 첫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에 관한 여러 쟁점을 종합한 기획을 준비했다. 총 10회에 걸친 본 기획이 지역농협 개혁을 이끌 의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편집자주

무자격 조합원 정리를 목적으로 실시 중인 축협 조합원 실태조사가 부실하게 진행되는 걸로 파악됐다. 농협중앙회의 강력한 해결 노력과 함께 어려운 축산업 현실에 근거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농협중앙회는 올해 들어 무자격 조합원의 농·축협 선거권행사에 따른 지속적 분쟁과 비농업인에 의한 선거 및 의사결정 왜곡 등을 막겠다는 취지로 대대적인 회원조합 소속 조합원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역 곳곳에서 부실한 조합원 실태조사에 관한 비판이 높아지는 추세다.

충남 서산축협(조합장 정창현)에선 지난 2월 선출한 서모 이사의 자격 문제를 두고 조합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산축협이 6월 4일 실시한 실태조사서를 보면 서 이사는 소 6두를 서산시 부석면 갈마리 사업장에서 사육하는 걸로 기재돼 있다.

그 뒤 농림축산식품부에 조사결과의 진위를 확인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됐다. 해당 민원을 제기한 서산축협 조합원은 “서 이사가 2월 이사 선거 출마 자격을 갖추기 위해 남의 소를 본인명의로 이전했을 뿐 실제 양축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로부터 민원을 이첩받아 조사한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서 이사의 임원자격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결과를 통보했다. 농협중앙회는 “조합원실태조사서에 따르면 서 이사는 돼지 150두, 한우 6두를 사육하고 있으며 해당 개체의 개체이력번호를 통해 본인 소유를 확인했다”며 “고잠2길(강당리)에 있는 공동사육농장을 방문해 실제 사육여부도 확인했다”고 답했다.

이에 민원을 제기한 해당 조합원은 “서류로만 진실을 덮으려 하는데 이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공동사육이라면 실태조사서에 기재한 사업장 주소가 갈마리가 아닌 강당리여야 한다”며 “서 이사는 임원자격은 커녕 조합원자격부터 의심되는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산축협 한 관계자는 “4일 실시한 실태조사서가 아닌 다른날 작성한 실태조사서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4일 조사서엔 소 6두만 기재돼 있는데 17일 작성한 실태조사서엔 돼지 150두가 추가됐다”며 “강당리 사업장에선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그래서 돼지를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서산축협에서 사료 구매한 것도 확인해보면 공동사육하는 사람 명의의 통장에서 대금이 지급됐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4일 실태조사를 담당한 서산축협 직원이 서 이사의 아들이란 점도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또 다른 서산축협 조합원은 “이달경 농협중앙회 정기감사가 있는 걸로 안다”며 “정기감사에서라도 이 문제가 바로 잡혔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서산축협 조합원이 2,300여명인데 이 중 1,000여명은 무자격 조합원으로 추측된다”며 “그런데 서산축협은 실태조사만 하고 조치는 아직 진행 중이라 답하며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축협은 무자격 조합원 구제 목적으로 양돈공동사업을 추진해 조합원들의 반발을 불렀다. 한 거제축협 조합원은 “대의원 53명 중 자격을 갖춘 사람은 11명”이라며 “여성아카데미처럼 축협이 관리하는 단체에 예산이 투입되는 동안 정작 조합원인 양축농가들은 폐업신고를 하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경북 김천축협도 무자격 조합원 문제를 놓고 실제 양축을 하는 조합원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 이조용 김천시축산연합회 회장은 “축산을 하지 않고 출자금만 내도 조합원 자격을 얻어 신용사업에서 금리혜택을 받는다”며 “축협은 글자 그대로 축산하는 사람들의 조합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개탄했다. 이 회장은 “김천축협은 1년 안에 양축을 하겠냐는 의향조사를 한 뒤 1년 뒤에까지도 가축을 안사면 그 때 조합원을 정리하겠다고 한다”며 “지금 관련법상 신규로 축사를 짓는 게 까다로운데 시내 아파트에 사는 조합원이 1,000명이 넘는다”고 혀를 찼다.

김천축협 관계자는 “조합원 실태조사를 통해 조합원 2,305명 중 현재 50여명의 무자격 조합원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업조합원 중 1년 안에 양축하겠단 계획서를 쓰면 유예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무자격 조합원 문제는 지역축협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다. 관리감독 강화도 중요하지만 축산업이 날로 어려워지며 조합원 수가 줄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축협 설립인가기준 완화 등 관련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외석 농협중앙회 회원지원부 차장은 “올해 조합원 실태조사는 전국 농·축협에서 약 98% 가량 진행된 상태”라며 “약 13만명의 조합원을 정리했으며 축협 조합원 중에선 1만 8,000여명을 가려냈다”고 밝혔다. 서 차장은 “축협 설립인가기준이 조합원 1,000명으로 돼 있는데 타 협동조합에 비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최근엔 양축이나 양봉을 하려 해도 허가가 어렵고 민원도 많아 어려운 점이 많다. 그래서 농식품부에 설립인가기준 완화를 건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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