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개방에 반대하는 5,000명의 농민과 시민들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농업과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쌀 개방을 막아야 하는 중차대한 상황 속에서, 이들은 정부에 WTO 통보를 중단하고 쌀 전면개방 방침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농민, 노동, 빈민, 소비자, 종교, 시민사회단체 등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식량주권 범국본)는 전국에서 약 5,000명의 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지난 27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쌀전면개방저지! WTO통보 중단!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2차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지난 7월 18일 일방적인 쌀 관세화 선언에 이어 관세율도 513%로 확정해 WTO 통보만 기다리고 있다. 쌀과 식량주권을 지키려는 의지는 없이 협상을 포기한 셈이다. 식량주권이 전에 없는 위기에 직면함에 따라 농민과 국민들은 쌀 관세화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범국민적인 개방 반대 여론을 모으고자 광장에 결집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가톨릭농민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 4개의 농민단체로 구성된 농민의길 대표단들은 쌀 개방을 반대하는 절박한 심정을 담아 상복을 입고 대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아무런 대책 없는 관세화 통보는 식량주권을 포기한 매국행위라고 주장했다.
김영호 전농 의장은 “식량자급율이 23%로 떨어지고, 국내 곡물시장을 초국적 곡물자본들이 장악했다”며 식량주권이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 쌀 개방을 강행하는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농민의 길 대표단은 관세화는 전면개방의 시작이며 고율관세로 쌀을 지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관세화로 쌀 시장을 개방한 일본도 미국으로부터 관세철폐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
또 쌀 개방 방법은 WTO 협정문 어디에도 근거가 없으며 상대국과 협상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다복 전여농 회장은 “협상을 포기하고 관세율을 공개한 정부는 이제 양보할 것 밖에 없는 위치”라고 말했다.
이어 식량주권 범국본은 513%의 관세율을 지키고 식량주권을 지켜내겠다는 대통령의 공개적 약속을 촉구하고, 온 힘을 다해 쌀 전면개방을 막아낼 것을 결의했다.
각계의 쌀 개방반대 발언도 이어졌다. 지난 8월 전국적으로 일어난 논 갈아엎기에 참여한 농민의 현장발언, 박석운 TPP-FTA 범대위 대표의 FTA규탄발언, 소비자 대표로 나선 아이쿱생협의 소비자 발언 등과 새정치민주연합,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의 지지발언을 통해 쌀 개방 반대에 힘을 실었다.
대회가 끝난 이후 대회 참가자들은 국가인권위-청계모전교-광교-을지로입구-시청광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상여, 지게, 쌀포대, 나락 등을 앞세워 시민들에게 쌀 개방 반대를 호소하는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행진 도중 허수아비를 멍석에 말아 내리치는 상징의식도 진행했다. 한편, 일부 농민이 행진 중 상여를 불태우는 상징의식을 진행해 농민과 경찰 간 충돌도 빚어졌다.
식량주권범국본은 정부의 WTO통보 이후에도 식량주권과 쌀을 지키기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이어 오는 11월 3차 범국민대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