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위험 감수하고 밀수농약 찾는 이유?

“구체적 대안 제시 후 밀수농약 막아야”

  • 입력 2014.09.28 20:15
  • 수정 2014.09.28 21:51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밀수농약에 대한 정부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이 밀수농약 사용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정품 약제들은 국내 농약 성분 함량 기준에 따라 방제 효과가 미미하고 가격이 비싸 밀수농약을 찾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 특히 판매자가 아닌 농민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압적 방법보다 방제 효과가 우수한 농약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 아니냐는 지적이다.

배 농사를 짓고 있다는 한 농민은 “방제에 애를 먹고 있으면 오히려 과수조합 등에서 밀수농약을 사용하라고 권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상황이 이런데 구체적 대안도 없이 농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행위는 무척 기분이 상한다”고 말했다.

이 농민은 이어 “정품 농약은 값이 비싸기도 하고 실제 방제효과가 많이 떨어짐을 느낀다. 논과 밭에 사용하는 약제의 주성분이 같은데 유난히 과수에 살포하는 약은 성분 함량이 낮은 경우도 있다. 그러니 농민들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밀수농약을 찾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 밀수되는 농약의 대부분이 과수용으로, 지난 5월에는 국내 배 재배면적 77%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중국산 농약을 밀수하려던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들이 들여온 밀수농약은 정품농약의 약 20%수준인 1만원대에 판매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많은 양이 밀수입 돼 들어오고 있는 지베렐린 도포제의 판매가격은 50g튜브 개당 8,000원대지만, 국내에서 판매되는 지베렐린의 가격은 같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4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50g은 배나무 10그루에 사용 가능한 양이다. 해마다 급증하는 생산비에 부담을 느낀 농민들이 밀수농약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밀수농약의 문제는 저렴한 가격에만 있지 않다. 당시 밀수된 농약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국내 농약제조 시 사용할 수 없는 ‘다이메틸폼아마이드’가 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피부와 눈, 점막을 자극해 오래 들이마시면 간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9~2014년 3월까지 당국에 적발된 밀수농약 유통은 22건으로, 대부분이 중국산이며 품목은 지베렐린과 파클로뷰트라졸 등으로 다양하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밀수농약의 효능이 정품보다 좋은지 안 좋은지는 알 수 없다. 어떤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밀수농약으로 인한 약해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돼 들어오는 제품은 농진청 등을 통해 성분검사, 안전성 검사 등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물론 효능만으로 따지면 밀수농약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농약이라는 것은 가격과 효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안전성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농약은 한 번 등록되면 주성분 함량이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지지는 않는다. 때문에 정품의 약효가 떨어진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의 농약 안전 규제는 세계적 수준에 올라선 상태다. 2010년과 2012년 세계경제포럼 농약규제분야 평가에서는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4월 인체에 유해한 농약 사용을 금지시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제초제 ‘그라목손’을 비롯해 유해성 논란이 제기된 13종의 농약 생산이 금지되면서 이제 국내에서는 해당 농약들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이어 해마다 증가하는 생산비와도 씨름해야 하는 생산자 농민들의 고충은 더욱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