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쑥과 돼지풀

  • 입력 2014.09.26 23:27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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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쑥이 각광을 받고 있다. 암세포를 요격하는 폭탄 같다고 암에 걸린 사람들에겐 희망의 약초가 됐다. 항암효과가 기존 항암제보다 1,200배나 된다는 보고도 있고 보니 그야말로 열풍이 부는 것이다. 원래 개똥쑥은 경기 일부와 강원도 그리고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이었다. 교통이 요란하고 사람의 왕래가 분주해지면서 전국 각지로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산이나 들에서 함부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똥쑥은 줄기에 달린 잎이 작고 8월에서 9월에 걸쳐 작고 노란 꽃이 개똥처럼 많이 피고 냄새도 나쁘다해서 개똥쑥으로 불린다. 인진쑥과도 비슷해서 개인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똥쑥이 효능이 좋으니 이런 저런 이유로 야생개똥쑥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진정 개똥쑥은 뜯지 못하고 돼지풀을 개똥쑥으로 잘못알고 채취한다는 것이다. 돼지풀은 북미에서 건너온 대표적 생태교란종이다. 쑥과 비슷하게 생겼고 개똥쑥과는 많이 닮아있다. 계피냄새가 나지 않아 구분이 되지만 사람들은 생긴 모습만으로 개똥쑥으로 오인한다. 우리나라 전체에 나지 않는 곳이 없는 돼지풀은 가을에 꽃가루를 날려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번식력이 좋아서 퇴치가 불가한 상태다.

그런데도 약초가 급한 사람들은 정확하지 못한 정보로 산길에서 들길에서 돼지풀을 보면 귀한 약초라고 뜯어가니 안타까운 일이다. 만일 돼지풀을 엑기스로 먹거나 하면 설사, 배앓이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인데도 말려도 듣지 않고 뜯어가는 고집불통들도 있다.

이렇게 사람들은 진실은 무엇인지 알려고도 않은 채 무작정 시류에 편승한다.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 흐르는 물을 따라 흘러가는 순리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쌀은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란 광화문에 걸린 새누리당의 현수막을 보면 그렇다. 수입산 쌀값이 우리쌀의 곱이 되니 당연히 우리쌀이 지켜지지 않겠는냐는 논리다. 진실은 뒤로 감추고 보이는 것만 펄럭이도록 하는 것이다. 한 술 더 떠 캐나다로 날아간 박근혜 대통령은 자랑스럽게 캐나다와의 FTA에 서명을 했다. 축산물의 타격이 불가피 하다며 보상 등 강도 높은 대책을 강구할테니 걱정 붙들어 매란다.

북미에서 날아온 돼지풀이 온 강토를 점령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약초로 알고 먹으려 덤빈다. 한-캐나다 FTA도 돼지풀처럼 왕성하게 이 땅의 자양분을 빨아먹으며 개똥쑥인 양 되어 가겠지. 사람들은 그저 그것이 진실이고 시류고 그걸 타고 흘러가면 무탈할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런 비극도 없다. 강아지가 주인에게 꼬리를 흔드는 것은 주인이 먹이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먹이를 쥐고 있는 초국적 농산복합자본에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꼴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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