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농민과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 입력 2014.09.21 18:03
  • 수정 2014.09.21 18:06
  •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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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희종 서울대 교수

쌀 시장 전면개방이 시작됨에 따라 그다지 유효할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정부 대책과 함께 수입쌀에 적용되는 관세율을 513%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관세율은 이달 말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되어 3개월간 다른 회원국의 검증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이런 상황은 정부의 적극적 FTA 확산 의지와 더불어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의 흐름 속에서 우리 미래의 식량주권 내지 식량안보와 관련되어 암담한 현실이다.

한편 이번 달 29일에 시작해서 3주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리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 12)에 대한 뉴스가 보인다. 정부의 소극적 홍보 탓에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것 같지 않지만, 한국을 포함한 194개국의 협약 당사국 대표단 및 국제기구, 산업계, NGO 등 약 2만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매우 중요하고 큰 규모의 국제행사다.

그다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위의 두 뉴스가 식량주권에 직결되는 생물유전자원과 유전자조작작물(GMO)로 깊게 연결되어 있음에 주목하는 이는 그다지 많은 것 같지 않다. 이는 정부가 4년 후의 평창 동계 올림픽을 가리왕산 천연 원시림을 파괴하면서까지 열의를 보이고 홍보하고 있는 것에 비해 초라한 COP 12 홍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더욱이 정부가 COP 12의 생물다양성이 마치 지구적 생태 문제만을 다루는 듯이 강조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물다양성협약(CBD)은 기후변화협약과 더불어 1992년에 있었던 ‘지구정상회의’인 UN환경개발회의가 채택한 리우 환경 협약중 하나로서, 이에 준하여 2000년에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150개국 대표들이 GMO의 국제무역을 규제하는 생명공학안전성의정서를 채택하였고, 2004년에 발효되었다. 이런 움직임은 2010년 유전자원에 대한 공정한 이익 공유를 담고 있는 ‘나고야 의정서’로 발전하였고, 이번 COP 12에서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듯이 CBD는 결코 생태 환경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라는 멋있는 모습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진국의 생태계 파괴에 대한 견제 필요성이 더 실질적인 이유였고 강대국의 생물자원 독점 및 방만한 생물 유전조작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협약 전문에 생물 다양성 문제만이 아니라 유전자원 이용시 발생되는 이익의 공정한 배분 및 유전자원에 대한 자국의 주체적 관리 권한을 명시하고 있기에 GMO 재배로 이득을 취하고 있는 소위 마이애미 그룹 국가들은 미국을 위시해 아직 CBD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미국 및 다국적 식량 회사의 눈치를 보면서 CBD 이행에 소극적이었다. 또 GMO에 관대하고 생명공학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유전자 조작이 이뤄지고 있는 한국정부로서는 이번 COP 12가 반갑지만은 않기에 대규모 국제회의임에도 불구하고 행사홍보가 미미한 것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되는 우리의 쌀 개방은 강대국에 독점된 유전자원과 식량전쟁에 대비한 국제사회의 흐름에도 반하는 것이다. 농민들도 국제적으로 FTA보다 더 큰 규범인 CBD 및 그에 담긴 정신에 대하여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농축산 포기는 그동안 경제논리만을 주장하면서 취해 온 정부의 유전자원 주권 포기와 국내 생물 다양성 방치의 연장 속에 있다. 쌀 관세율 소식과 초라한 COP 12 홍보는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어쩌면 농민들이 정부회의장만이 아니라 평창 국제회의장으로 가야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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